육안 식별 안될땐 책임없어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위조된 인감으로 다른 사람의 예금을 빼돌렸다면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성근)는 안아무개씨의 자녀 3명이 “우체국 직원이 위조된 인감을 식별하지 못해 아버지의 예금을 차남에게 지급한 것은 무효”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예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감이 일반인이나 금융기관 직원이 육안으로 진위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위조됐고, 우체국 직원이 통상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면서 예금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돼 예금 지급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안씨는 2008년 7월 둘째아들을 대리인으로 계좌를 만들어 4억500만원을 입금했고, 그의 둘째아들은 다음날 ‘아버지가 통장을 잃어버렸다’며 위조된 인감증명서와 신분증으로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자신의 계좌로 돈을 빼돌렸다. 안씨가 숨진 뒤 이를 알게 된 다른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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