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초등학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한겨레> 자료사진
구미시, 49억 홍보관·1500억 테마공원 등 추진
포항시·청도군은 ‘새마을운동 원조’ 법정다툼
포항시·청도군은 ‘새마을운동 원조’ 법정다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돌이 되는 26일 앞뒤로, 경상북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념행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일부에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눈에 들려고 사업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 구미시는 26일 오전 10시30분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추모관 앞에서 남유진 구미시장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30주기 추도식’을 연다. 이날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다음달 14일에는 생가 앞 주차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생을 축하하는 ‘탄신제’를 대규모로 열고, 내년에는 49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가 근처에 홍보관을 지을 계획이다.
구미시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영남대와 협약을 맺어 이 대학 중앙도서관 14층에 ‘박정희 리더십 연구원’을 설치했다. 협약에 따라 양쪽은 해마다 1억원씩을 출연하기로 했으며, 이 연구원은 2013년까지 박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리더십, 업적을 연구하게 된다. 구미시는 내년에 착공하는 생가 주변 공원 터 7만7814㎡ 옆에, 국가예산과 민간자본 1500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60만㎡ 규모의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남 시장은 지난 9월 구미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마을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구미시의 후원을 받는 민간단체들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새마을운동 구미시지회 등 25개 사회단체는 6월 박 전 대통령 동상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려 시민들을 상대로 모금을 하고 있다. 추진위는 6억원의 성금을 모아 내년 5월께 생가 주변 공원 예정 터 안에 동상을 세울 예정이다.
경북 포항시는 ‘새마을운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먼저 포항시 새마을회와 손잡고 지난달 17일 기계면 문성리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과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이 전시되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을 열었다. 포항시는 청도군과 새마을운동의 ‘원조’가 어느 쪽인지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근래 사무국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한 이 지역의 단체장들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박 전 대통령 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현실성 없는 사업을 남발해 예산을 낭비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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