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실 공방은, 1심 법원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광범위한 조작 개입을 인정하는 것으로 1막을 내렸다.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을 부풀려 에스케이(SK)와 농협에서 연구비 20억원을 타냈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논문 조작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명예 회복’에 이르지 못했다.
이 사건은 황 전 교수가 연구 성과와 논문 조작에 얼마나 간여했는지,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2004~2005년 두 개의 <사이언스> 논문 작성 때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논문 내용대로 양성되지 않았는데도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과장했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의 조사 결론을 인정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양성에 실패하자 황 전 교수 연구팀에 파견돼 있던 미즈메디병원의 김선종 연구원이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해 연구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황 전 교수는 김 연구원의 허위 보고 탓에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했지만, 섞어심기를 한 줄기세포들조차 상당수가 오염되거나 ‘확립’되지 않은 상태인 줄 알면서도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사이언스> 게재 연구 성과는 모두 조작된 것으로, 황 전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검증 과정과 사진의 조작을 지시하거나 적어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가장 큰 책임을 지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업체들에서 20억원을 가로챘다는 주요 공소사실에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과는 법리적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기업 연구비를 받을 당시에는 줄기세포가 확립됐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업도 줄기세포가 당장 상용화될 것을 기대하기보다,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분야의 권위자로서 가져온 연구 성과에 연구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기보다는 <사이언스>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며 검찰의 ‘오판’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사이언스가> 발행되는) 미국에서는 논문 조작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공소사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논문 조작과 직접 관련된 20억원 사기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논문 조작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보였다. 검찰은 또 4가지 혐의 중 3가지에 유죄가 선고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법원은 허위 계산서로 연구비를 타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서울대 이병천(44) 교수와 강성근(40) 전 교수, 윤현수(53) 한양대 교수에게 700만~3000만원을 선고했다. 줄기세포 섞어심기로 성과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선종(40)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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