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원망스럽다”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형인 이성연(앞줄 오른쪽 둘째)씨가 2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원망스럽다”며, 1심 재판부의 ‘9명 전원 유죄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이 이 사건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 이종근 기자
[‘용산농성’ 전원 유죄]
피고인·변호사, 재판 반발
판결문 듣다가 뛰쳐나가
피고인·변호사, 재판 반발
판결문 듣다가 뛰쳐나가
“이건 재판이 아니야!”
‘용산 참사’ 선고 공판이 진행되던 오후 2시30분께. 피고인석에서 판결 내용을 듣던 김아무개 전국철거민연합 신계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벌떡 일어섰다.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은 피고인석을 뛰쳐나가 구속자대기실로 돌아갔고, 김형태 변호사도 법정을 나갔다. 재판장인 한양석 부장판사는 “나가도 좋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판결문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참사의 책임을 모두 농성자들에게 지우는 판단이 하나씩 낭독되자, 100여명의 유가족과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관계자들의 눈자위가 점점 붉어졌다. 법정에 들어서는 남편 이충연씨의 미소에 손을 흔들었던 정영신(37)씨도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가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로 법치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양형 이유를 밝히자, 방청객들은 “이게 법이냐”라고 항의하며 방청석을 박차고 나갔다.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씨의 어머니이자 고 이상림씨의 부인인 전재숙(68)씨는 공판 뒤 “제 아비를 죽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울부짖었다.
방청객으로 온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최후의 보루라고 믿은 사법부마저 우릴 절망케 했다. 선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입장을 전했다. 이어 조희주 범대위 공동대표가 “특수공무방해치사만이 아니라 검찰의 모든 기소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포기한 것”이라며 “즉각 항소해 다시금 법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애초의 변호인단이 지난 9월 사임한 뒤 무죄 입증에 매달렸던 김형태 변호사도 “사법부가 수많은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할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포기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가족 김영덕(55)씨 등은 “너무하다”면서, 울먹이던 정영신씨 등을 다독이며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를 떠났다. 이들은 저녁 8시에 열리는 범국민추모제에 참가하기 위해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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