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교원 양산 우려…“안태성씨 해직취소 청구는 정당”
대학 비정규직 교원의 대표적 형태인 ‘강의전담교수’ 제도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강의전담교수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상은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려는 대학들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정규직 교수 대신 강의만 전담하도록 하려고 채용한 비정규직 교원을 말한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학과장을 지낸 안태성(49)씨가 대학의 일방적인 해직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각하한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안씨는 2001년 학과장을 맡으며 전임교수가 됐지만, 2005년부터는 학생 지도나 연구를 하지 않고 오로지 강의만 하는 2년 계약직 강의전담교수로 근로조건이 나빠졌다. 2007년 초 강의전담교수 재계약을 안씨가 거부하자 대학은 해직을 통보했고, 이에 안씨는 해직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대학에서 강의만을 전담하는 강의전담교원은 ‘교원은 학문을 연구한다’고 규정한 고등교육법에 위배되는 등 현행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해직처분은 소청심사 청구 대상이 된다”며 안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대학의 해직처분은 재임용 거부 행위로 볼 수 있어 소청심사의 대상이 된다”며 최종적으로 안씨의 승소를 확정했지만, 강의전담교수제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 규정은 연구만을 전담하는 교수도 둘 수 있다는 것으로, 강의만 맡는 교원을 둘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원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이에 교육단체에서는 “이미 수천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강의전담교수를 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길을 대법원이 열어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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