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재평가 토론회] 경제분야|산업·노동정책
박헌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채택한 재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이 현재까지 우리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비민주적인 절차에 의존하고 재벌 등 특정 세력과 결탁해 성장을 추구하는 ‘왜곡된 통제경제정책’이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됐으며, 그 유산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책 선택 범위를 제한하고 사회 시스템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시장이나 국유기업을 통한 근대화 전략이라는 대안이 있었음에도 왜곡된 통제경제정책을 선택했고, 이는 정경유착과 대기업-중소기업의 극심한 격차 등으로 이어져 1997년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하향식 권위주의, 편중된 산업지원정책, 성장 만능주의, 전투적인 성장 속도 등 네 가지를 박정희 정권의 왜곡된 통제경제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으로 꼽았다. 하향식 권위주의는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유연한 혁신과 변화의 걸림돌이 되었다. 이는 한국 경제의 경직과 불안정을 야기했고, 재벌의 문어발식 팽창과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낳았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재벌을 비롯한 특정 경제집단에 편중된 산업지원정책은 정실주의와 정경유착으로 이어졌다. 성장만능주의와 전투적인 성장속도에 대한 집착은 사회적 비용을 무시한 채 재벌과 결탁해 급격한 성장만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일반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수가 성장 이익을 독점하는 시스템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경제발전을 실질적으로 담당했고,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던 노동자·농민·도시서민 등 ‘민중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박정희 시대를 찬양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학자들도 당시 민중세력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는 게 윤 교수의 평가다. 윤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노동자 계급은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역사의 주체로 등장했다”며 “수출 제일주의를 위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노동운동 억압정책을 버리지 못했던 박정희 정권은 성장해가는 민주적 노동운동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정권의 붕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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