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0일 오후 행정도시 원안 백지화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회원들의 주민등록증을 행전안전부에 반납하려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총리실과 행정안전부는 이런 1000여명의 주민등록증을 받지 않았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연기군 주민 500여명 서울역 상경집회…반발 격화
대전·충청지역 교수들 “수정안 위한 위원회 불참”
대전·충청지역 교수들 “수정안 위한 위원회 불참”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백지화 방침에 대한 충청권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충남 연기군 주민 500여명은 서울에서 집회를 열어 머리를 깎고 주민등록증을 반납했으며, 충청권 교수들은 수정안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 원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행정도시 건설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충남 연기군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행정도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10여명과 연기군 주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심대평 의원(무소속)은 “충청도민들은 벌써 5년 동안이나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세종시를 논하려면 원주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전동면 주민 권구호(47)씨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행정도시를 건설한다기에 반대없이 대대로 살던 땅을 내줬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집회에서 연기군 조치원읍 죽림리의 양재천 이장 등 5명의 주민 대표들이 삭발했다. 이들은 집회 뒤 연기군민이 반납한 1천여개의 주민등록증을 세종로의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려 했으나, 총리실 쪽은 ‘주민등록증 발급자는 연기군수’라며 받기를 거부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날까지 삭발한 100여명의 머리카락을 들고 청와대까지 갔으나, 청와대 쪽은 “혐오스런 물건”이라며 역시 받기를 거부했다. 이들은 이 머리카락을 가지고 시청 앞 광장으로 가서 모두 태웠다.
대전·충청지역 20여개 대학교수 100여명으로 구성된 ‘행정도시 원안추진 촉구를 위한 충청권 교수 준비모임’도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행정도시 원안을 배제하고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앞으로 위원회의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는 “행정도시 원안 백지화를 전제로 구성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들러리를 서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행정도시주민보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임재긍)는 “행정도시 건설이 지연되면서 원주민을 위한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아 입주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크다”며 이달 중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하고, 1만여명 원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송채경화, 대전/손규성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대전/손규성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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