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나하르 샤비쿤(14·오른쪽)과 손주 쿠마르 로이(13)
방글라데시 어린이 샤비쿤·로이, 아동권리 국제포럼 참여
아동 노동, 조혼 풍습 등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모순에 맞서는 아이들이 있다. 멀리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을 찾은 모니카 나하르 샤비쿤(14·오른쪽)과 손주 쿠마르 로이(13·왼쪽)는 “지역에서 작은 변화들이 쌓여가는 모습에 기쁘다. 동시에 책임이 커져 가는 것을 느낀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들은 13일 월드비전이 창립 60돌 기념으로 마련한 ‘2009 아동권리 국제포럼’에 참여하고자 지난 11일 한국에 들어왔다. 올해는 1989년 11월20일 유엔에서 ‘아동권리협약’이 통과된 지 꼭 20년 째로, 협약은 어린이의 생존권·발달권·보호권 등과 함께 ‘참여권’을 핵심적인 권리로 규정했다.
모니카는 이날 포럼에 참가한 수백명의 어른들 앞에서 방글라데시의 조혼 풍습의 문제와 개선을 위한 아이들의 노력에 대해 발표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종교적 전통과 비싼 결혼지참금을 피하려는 이유로 14살 미만의 여자아이들을 시집보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어린 신부들은 출산 중에 죽기도 하고 교육에서 소외되는 등 심각한 위기에 부딪힙니다.”
모니카가 3년 전부터 회장을 맞고 있는 보그라 지역 ‘아동포럼’의 400여명 아이들은 이 문제를 직접 풀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집집마다 찾아가 부모들을 설득하거나 조혼에 대한 연극을 꾸며 동네에서 공연을 하는 등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모니카는 “지역 사회가 아동인권 문제에 대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 보호를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포럼은 월드비전 방글라데시 본부에서 어린이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지역 리더십 프로그램의 하나로 꾸렸다.
손주는 아동 노동 문제를 들고 나왔다. “카툰 호스니아라라는 한 소녀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가정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우리는 몇 차례에 걸쳐 부모를 방문해 아동 노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했고, 부모는 마침내 카툰을 다시 학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두 어린이 자신도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다. 손주는 17년 전에 홍수로 집이 떠내려간 뒤 형편이 어려워졌고, 모니카는 아버지가 실직하는 바람에 언니와 함께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게 됐다. 그러나 둘은 미래에 대한 긍정을 놓지 않는다. 손주는 “집안이 어려운 시기, 할아버지께서 큰 병에 걸리셨는데 손도 못 써보고 돌아가셨어요. 제 꿈은 이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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