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뒤 연골파열 악화도 ‘국가유공자’ 인정
법원, 군복무중 질환 ‘폭넓게 해석’ 판결 잇따라
법원, 군복무중 질환 ‘폭넓게 해석’ 판결 잇따라
입대 전 무릎 연골 파열, 30년 전 정신질환, 탈모, 생존훈련을 위한 뱀 생식. 군 복무 중 발생한 다양한 질병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의병전역한 김아무개(22)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경주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군입대 두 달 전 병원에서 ‘왼쪽 무릎 연골판 파열’ 진단을 받았던 김씨는 입영 신체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포병부대에 배치됐다. 김씨는 부대 배치 두 달 뒤 국군병원에서 다시 연골 파열 진단을 받았고, 그해 11월 의병 전역했다. 보훈지청은 입대 전에 이미 연골 파열 진단을 받았으니 직무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국가유공자 인정을 거부했고, 1·2심도 군 복무 중 부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무와 부상·질병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될 필요 없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된다”는 판례를 들어, “연골 파열 상태가 훈련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직무 연관성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전대규 판사도 이아무개(51)씨가 30년 전 군 복무 중 정신질환을 얻었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고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79년 군 입대 당시 별 문제 없던 이씨가, 그해 12·12 사건 및 이듬해 광주민주화운동 등 시대적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한 엄격한 규율과 통제 하에 가혹 행위와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며 “이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고 이는 정신분열증 유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81년 1월부터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부대의 분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분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소대장에게 구타를 당했고 그해 4월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두 달 뒤 ‘정신분열증’으로 의병 전역한 이씨는 2002년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지난 2월 서울고법은 무더위에 방탄모를 쓰고 훈련을 받는 등 군 복무 중 훈련과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를 인정해 국가유공자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판결했다. 2007년에도 서울고법은 24년전 군 복무 당시 ‘생존훈련’의 하나로 날뱀을 잡아먹고 기생충에 감염된 전 공수부대원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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