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합의한 사건은 제외해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친딸(14)과 딸의 친구(17)를 잇따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ㅎ(40)씨에게 징역 4년에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하면서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ㅎ씨는 지난 1~2월 세 차례에 걸쳐 딸과 그 친구를 성폭행했다. 검찰은 세 건의 범죄 사실과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하는 공소장을 법원에 냈다. 하지만 딸의 친구는 1심 선고 사흘 전 ㅎ씨와 합의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1심은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에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도, 딸 친구에 대한 두 차례의 성폭행에 대해서는 ‘친고죄’ 규정을 적용해 공소기각 결정을 하며 “유죄로 인정된 성폭행 범죄가 한 건이므로 전자발찌 부착 요건(두 건 이상)을 갖추지 못해 부착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그 습벽이 인정된 때’(제5조) 부착 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이나 결정을 선고할 때는 부착 명령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제9조)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비록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세 차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성폭력 범죄 2회 이상’이라는 규정은 ‘유죄로 인정되는 성폭력 범죄’를 의미하는 것이 옳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전자발찌 부착 여부는 성폭력 범죄 사건을 전제로 심리·판단이 이뤄지는 부수적 절차”라며 “범죄 사실이 실체적 심리·판단 없이 공소기각됐다면 부착 청구도 기각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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