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
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 두번째 시집 펴내
용산참사의 이성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가면 그를 볼 수 있다. 언론악법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라는 집회에서도, ‘4대강 죽이기’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에서도 그를 볼 수 있다. 쌍용자동차 강제진압 규탄 집회에서도, <와이티엔>(YTN) 싸움 현장에서도, 대한문 앞 촛불 물결 속에서도 그를 볼 수 있었다.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으로 있는 노동운동가 이수호(사진)씨가 그다.
‘거리의 투사’ 이수호씨가 두 번째 시집 <사람이 사랑이다>(알다)를 펴냈다. 첫 시집 <나의 배후는 너다>를 낸 지 3년여 만이다.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편지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아팠다/ 손전화는 더욱 위험해서/ 문자만이라도 살려놓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놓아버렸다//(…)// 또 누군가가 끌려갔다/ 귀띔해주고 급하게 돌아서는 뒷모습/ 잡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는/ 네 얼굴이 붉다// 가늘게 남은 끈 하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뭇한 길가/ 찔레꽃 곱다’(‘찔레꽃 곱다’ 부분)
시집에는 주로 지난해와 올해 쓴 시들이 묶였다. 각종 현안과 관련한 농성과 집회에 적극 참여하고 체포와 수배를 밥 먹듯 하던 날들이 시집 속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시마다 일기 같은 짧은 산문을 덧붙여 독자들로 하여금 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우리도 목 잘리고 발가벗기고 싹둑싹둑 도막나/ 결국은 어떤 놈의 안주나 되는/ 꼼장어가 아닐까/ 어쩔 수 없이 불에 타서/ 너희들 입속으로 들어가더라도/ 비굴하지는 말아야지 하는데/ 바람에 몰려온 연기 탓인가/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다.’(‘꼼장어를 구우며’ 부분)
“쌍용자동차 투쟁 현장에서 천막을 치고 열흘 동안 농성할 때도 조용한 한밤중이나 잠에서 깨는 새벽이면 수첩에 시를 적곤 했습니다. 제 시는 현장의 기록이자 그 상황 속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이기도 하죠. 더 나아가, 치열한 현장에서 빚어진 제 사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도구로서도 시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시집에 실린 머리말을 그는 지난달 27일 밤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썼다.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다가 붙들려 간 것이었다. “이 정권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이 위협받고 있는 현장에 시인들이 좀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해요.”
20일 저녁 용산참사 자리에서 열린 미사에 참여한 그는 21일에도 용산 참사와 ‘4대강’, 미디어법 등 현안들의 연대 투쟁을 모색하는 현장에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26일 저녁 6시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강당에서는 <사람이 사랑이다>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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