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 여론에 불안 느낀듯
12월 ‘위헌 심판’ 선고 가능성
12월 ‘위헌 심판’ 선고 가능성
서울 서남부 지역 등에서 여성과 노약자 등 13명을 살해해 사형이 확정된 정남규(40)씨가 지난 21일 오전 6시35분께, 수감중이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맨 것을 교도관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새벽 2시35분께 숨졌다.
법무부는 정씨가 독방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 받침대에 목을 맸으며, 사인은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 등이라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가 쓰던 노트에는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최근 ‘나영이(가명) 사건’ 등으로 사형 집행 여론이 다시 커지자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씨는 2004년 1월부터 모두 24건의 살인·강도 범행을 저질러 13명을 죽이고 20명을 다치게 했다. 2006년 4월 잡힐 때까지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며 지역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정씨는 이듬해 4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죽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을 죽였으니 사형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정당국은 정씨 사건이 발생한 뒤 전국의 구치소 등에 수감된 사형수 59명 등 ‘요주의 대상자’들에 대해 집중 관리·감독에 들어갔다.
한편 지난 6월 사형제 위헌 심판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연 헌법재판소는 오는 12월 정기 선고일에 결정 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내부에선 사형제가 아닌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제’ 등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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