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기 앞부분 방송 안해
<한국방송>(KBS)이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을 생중계한 사실을 두고 “공영방송의 일방적 정부 정책 홍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2분 동안 1텔레비전을 통해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생중계는 보도본부 내 보도제작국에서 담당했다. 애초 2시35분 방송 예정이었던 ‘2009 케이(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성남 대 인천’ 경기는 이 대통령 연설로 ‘희망선포식’ 중계가 길어지면서 앞부분이 방송되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한국방송 쪽 요청으로 8분 늦춰 2시38분 경기를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앞쪽 4분은 방송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보통 국가적 관심사일 경우 생중계를 하는데, 영산강 살리기는 로컬(지역) 이슈로 축구 중계 시간을 끊어먹으면서까지 생중계할 사안은 못 된다”며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마자 생중계를 마친 것도 연설을 모두 내보내기 위한 것으로 오해 받을 수밖에 없다. 말이 안 되는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도 “국민 다수가 비판하는 ‘4대강 사업’을 공영방송이 비판은 고사하고 앞장서서 생중계까지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생중계를 진행한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정치적 갈등이 있는 이슈이긴 하나 지역민 호응도가 높고, 뉴스성도 있으며, 영산강 지역을 살린다는 의미가 있어 생중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이 참석해서 생중계한 건 아니며, 청와대의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은 생중계 요건으로 ‘사안의 중대성, 공익성, 뉴스성’ 등을 꼽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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