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문래·방배역서 검출…장비 밀봉 않은채 쌓아둬
석면 해체 공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지하철역 석면 제거 공사장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단체인 시민환경연구소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2일, 경복궁역의 대합실과 승강장 등에서 먼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복궁역에서 발견된 석면은 백석면과 갈석면, 트레몰라이트 등으로, 역 개찰구 주변과 사무실, 지하 3층 승강장 등에서 채취한 5개 먼지 시료에서 검출됐다.
경복궁역의 부실한 석면 관리 실태는 지난 12일 시민환경연구소가 먼지 시료를 채취한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한겨레>가 시민환경연구소와 함께 경복궁역을 살펴보니, 석면 철거업체는 석면 공사장비들을 승강장 구석에 쌓아두면서도 밀봉을 하지 않고 일반 비닐로만 살짝 덮어뒀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승강장에 노출된 공사장비 가운데 방진마스크와 작업용 장갑, 보양용 비닐 등에 묻은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올 때 이는 바람에 석면이 날릴 가능성이 있다”며 “석면 공사 안내판도 없이 공사자재를 노출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철거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문래역에서 채취한 먼지 시료에서도 석면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방배역에서는 승강장 공사장 콘크리트 조각에서 트레몰라이트가 나왔고, 문래역 승강장의 스피커와 천장 가림판에서 채취된 2개의 먼지 시료에서는 백석면과 트레몰라이트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과거에 석면 함유 자재를 많이 쓴 17개 역을 특별관리역사로 지정해 매달 석면 대기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복궁역처럼 특별관리역사가 아닌 곳은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최 부소장은 “특별관리역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업체가 지하철역 한 곳을 소규모로 공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되면서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를 조사했지만 승강장 자재는 공사 보조장비여서 폐기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공사 중지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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