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관매직’ ‘여권실세 연루’ 등 수사여론에 부담
한상률 귀국 종용…전군표 부부 비공개 조사
한상률 귀국 종용…전군표 부부 비공개 조사
23일 검찰의 한 간부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두고 “삼키기도 내뱉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고 표현했다.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검찰 입장에선 이를 조사할 수도, 그렇다고 손을 뗄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라는 뜻이다.
한 전 청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표적 세무조사했다’, ‘새 정부 들어 여권 실세에 연임 로비를 했다’, ‘차장 시절 당시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했다’ 등 겹겹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엔 안원구(49·구속)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49)씨가 ‘한 전 청장이 2007년 12월 정권 실세에게 건넬 3억원을 요구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해 ‘매관매직’ 의혹까지 추가된 상태다.
검찰로서는 안 국장 수사와 별개로 보기 어려운 이런 의혹들을 밝혀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특히 국세청 간부들의 매관매직 행위는 그 자체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사안이기도 하다. 수사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정부 교도소 수감 중)과 그의 부인을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2007년 당시 차장이던 한 전 청장이 전군표 청장한테 인사청탁을 하며 고가의 그림(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을 건넸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전군표 청장은 “그림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부인은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부부동반 저녁 자리에서 그림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또 한 전 청장의 변호인에게 최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전하며, 지난 3월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도 끝내 서면조사로 버텼던 그여서, 이번에 귀국할지 주목된다.
향후 수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의 최근 행보로 미루어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고발장이 접수돼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하고 있는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만 제한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한 전 청장이 정권 핵심부를 공격할 만한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깔려있다.
반면 구속된 안 국장 쪽에서 예고했듯이, 한 전 청장이 연임 등을 위해 돈을 건네려했던 이명박 정부의 여권 실세가 누구인지 공개하거나 구체적 물증을 폭로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기회에 ‘국세청의 정권 눈치보기나, 후진적인 매관매직 행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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