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청구 - 세상을 바꾼다 ①
후텁지근한 여름날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지하철 역사 전부가 서울시 홍보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둥엔 ‘2010 세계디자인서울’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둘러쳐져 있었고, 스크린도어에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알리는 가로 4m, 세로 2.2m짜리 엘이디(LED) 광고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옆 스크린도어에는 ‘여자가 행복한 서울’ 프로젝트를 알리며 눈물짓는 여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박원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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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광고만이 아닙니다. 지하철은 광고 과잉입니다. 차량 안은 ‘액자형 광고’와 선반 위 모서리 부분의 ‘모서리 광고’, 모서리 광고와 액자 광고 사이에 있는 ‘조명 광고’ 등 다양한 종류의 광고가 넘쳐납니다. 이런 광고 중에는 ‘고리대금업 광고’와 같이 불쾌감을 주는 광고도 많습니다. 또 역사로 내려오는 층계나 벽면에선 휴대전화, 소주, 영화 등을 소개하는 현란한 광고들이 눈을 어지럽힙니다. 영국 지하철 안에서는 공적 안내나 표시를 제외한 일반 상업광고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질서정연하게 책을 소개하는 광고 정도가 전부입니다. 고단한 일과를 마친 시민들이 지친 몸을 싣는 지하철에 ‘광고’ 말고 즐거운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비치할 수는 없을까요? 혹은 시민의 눈을 편히 쉬게 해주는 다른 환경적 요소를 만드는 데 좀더 신경을 쓸 수는 없을까요? 지하철은 서울시장이 그렇게 강조하는 ‘도시의 대표 디자인’이니까요.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현황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지하철에 어떤 광고들이 얼마나 실리는지 안다면 개선점도 더 쉽게 머리에 들어오겠죠. 그래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광고, 어떤 광고가 얼마나 실리고 있나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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