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오작동 호소에도
대법 “사용막지 못한 책임”
대법 “사용막지 못한 책임”
2007년 10월5일 저녁 8시.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어선 김아무개(66)씨는 자리를 옮겨가며 슬롯머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밤 9시52분, 옆자리에서 게임하던 사람이 떠나자 김씨는 그쪽 기계로 자리를 옮겨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숫자 ‘7’ 세 개가 일치하며 보너스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김씨가 버튼을 누르자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순간 김씨는 주먹으로 슬롯머신 기계를 여러 차례 때렸다.
그 충격 때문인지 램프의 불이 꺼졌고, 김씨가 다시 기계를 때리자 램프의 불이 들어왔다. 9시54분, 슬롯머신 기계의 점수가 1만점까지 올라간 뒤 멈추자 김씨는 직원을 불렀고, 직원은 “이상이 없으니 계속 이용하라”고 말했다. 9시56분, ‘잭팟’(당첨자가 없어 쌓인 거액의 돈을 받게 됨)을 알리는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기계 전광판에는 ‘285,256,964’라는 9개의 숫자가 찍혔다.
2억8500여만의 당첨금을 받게 된 김씨는 주변에 몰려든 이들에게서 박수갈채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슬롯머신을 점검한 직원도 김씨에게 “터졌네요”라며 당첨 사실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강원랜드 쪽은 나중에 당첨금 지급을 거절했다. 김씨가 기계를 주먹으로 때려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잭팟이 터지면 모든 기계의 전광판에 당첨금액, 당첨 기계번호, 축하 효과음 등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잭팟이 터지려면 통상 1~2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김씨가 당첨된 뒤 불과 열흘 만에 3억1000만원짜리 잭팟이 또다시 터진 것 등을 오작동의 근거로 들었다.
김씨는 소송을 냈고 1심에선 강원랜드가 이겼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수입 당시 검사를 거친 슬롯머신이 외부 충격으로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며, 설령 오작동이라 해도 해당 기계의 사용을 막지 않은 책임은 강원랜드 쪽에 있다”며 김씨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25일 판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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