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이규재 의장(가운데), 이경원 사무처장(왼쪽), 최은아 선전위원장(오른쪽)이 27일 오후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나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의왕/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범민련 변호인단 신청 수용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이규재(71) 의장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윤경)는 27일, 수사기관에 사실상 무제한적인 감청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조항이 “(감청 대상자의) 통신의 비밀 및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한다는 상당한 의심을 갖게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조항은 검경 등 수사기관이 간단한 소명자료를 첨부하면 2개월 범위 안에서 감청 기간의 연장을 횟수 제한 없이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통비법 제6조 7항의 단서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 결정과 함께 지난 6월부터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돼 있던 이 의장 등 범민련 간부 3명의 보석을 허가해 풀어줬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행 통비법은 감청 기간의 연장에 대한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적인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대상자의 사생활의 자유 및 통신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아무리 수사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감청으로 대상자의 내밀한 사적 정보·성향·사상·대화 내용·사적인 비밀 등을 통째로 취득하고, 결국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형해화할 수 있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위헌심판을 받게 된 조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청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연장 가능한 횟수의 제한을 두지 않아 인권 관련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국가기관의 무제한적인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앞서 범민련 공동변호인단은 지난 3일 통비법을 악용해 검찰이 작성한 감청자료는 증거 효력이 없다며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