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상실 위기 땅주인, 화성시 상대 승소
법원 “알박기 흔적 없어…사업승인 취소하라”
법원 “알박기 흔적 없어…사업승인 취소하라”
아파트 건설 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한 민간 건설사가 나머지 20%의 땅을 확보하려고 강제수용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땅 주인의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허가한 주택건설사업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는 ㅈ건설사에 땅을 강제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인 조아무개(57)씨가 경기 화성시를 상대로 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화성시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파트 건설에 편입되는 원고의 토지가 전체 사업부지의 12.3%에 불과해 이를 제외하더라도 아파트단지 조성이 가능한 점, 편입되지 않아 남게 되는 원고의 토지가 긴 세모꼴 모양이어서 개발가치가 떨어지는 점, 매도요청에 불응해 부당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화성시가 재량권을 남용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민간 건설사업자가 사업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통상 시장가격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에 나머지 20%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알박기’와는 정반대의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5년 도입된 주택법의 ‘매도청구권’ 조항은 알박기 방지 차원에서 국가나 지자체,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도 일정 비율의 땅 사용권을 확보하면 나머지 땅에 대해 땅 주인이 매도를 거부해도 강제로 수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알박기 목적이 없는데도 민간 건설사의 무분별한 매도청구권 행사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유권을 잃게 돼, 헌법상 재산권이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건설사에 땅을 수용당할 처지에 놓인 땅 주인들의 위헌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법 신우정 공보판사는 “토지 소유권이나 독자 개발사업 기회를 잃게 될 땅주인의 불이익을 주택건설의 공익성과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하지 않은 채 지자체가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했다”며 “이번 판결은 위헌 논란과 별개로, 지자체가 매도청구권 요건만 기계적으로 적용해 함부로 땅을 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ㅈ건설은 지난해 8월 화성시 향남읍 일대 7만6000여㎡에 1308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사업계획을 화성시로부터 승인받고 사업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한 뒤, 조씨 소유 땅 9000여㎡에 대해 매도청구권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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