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법 개정 통해 면제·납부연기 추진
이용섭 의원 “세법상 원칙에 어긋나” 비판
이용섭 의원 “세법상 원칙에 어긋나” 비판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처리했지만, 공사가 합병으로 물어야 할 법인세 등 세금이 99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막대한 세금 부과가 문제가 되자, 정부는 뒤늦게 과세를 면제해 주거나 납부를 늦춰주는 내용으로 관계 법령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특혜 논란을 낳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3일 “정부가 세금 문제도 검토하지 않은 채 공기업 선진화의 대표적 사례로 주공·토공 통합을 졸속 추진한 결과, 주공·토공 통합으로 탄생한 토지주택공사가 7080억원, 토지주택공사의 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2900억원의 세금을 물게 됐다”고 밝혔다. 토지주택공사에 부과된 7080억원은 법인등기 등록세 980억원, 청산 자산에 대한 법인세 3500억원, 합병 시 자산 증가에 대한 법인세 26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토지주택공사의 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또한 주식가격 증액 또는 토공·주공의 주식 가치 차이로 합병 정산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2900억원을 내게 됐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이를 납부할 여력이 없자, 정부는 지난 9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토지주택공사의 법인등기 등록세 980억원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통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나머지 각종 법인세를 ‘과세 이연’ 하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세 이연이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 가치와 자산의 증액분에 대해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것으로 이자 면제 효과가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27일 주공·토공 통합법안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 심의를 생략한 채 상임위원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했고, 4월30일엔 법사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의결했다. 이용섭 의원은 “야당과 전문가들이 통합 공사의 부채 증가, 재무구조의 문제 등을 지적하여 두 공사 통합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세금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고려하지 않고 지난 10월1일 토지주택공사를 출범시켰다”며 “정부가 주공·토공 통합이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라며 세금을 과세 이연, 면제해준다면 이는 세법상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의원은 “토지주택공사가 출범 이후 부채 비율이 534%에 이르는 등 채무가 과다하게 되자, 이전부터 추진해왔던 개발사업 중단을 검토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수원 고등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경우엔 지난 3월31일 보상공고까지 거쳤는데도 아직까지 자산평가 등 보상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합병 뒤 부채가 늘어나면서 사업 연기가 불가피한 곳이 있다”며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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