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고소사건 쟁점
박원순 상대 소송 9일 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를 옥죄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53)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국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심리가 오는 9일 시작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 인사를 겨냥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임채웅)는 3일 이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9일로 정하고 재판 당사자가 낸 서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상임이사의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낸 답변서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의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 △기관을 매개로 한 국가 차원 소 제기의 적격성 등을 쟁점으로 삼았다.
변호인단은 답변서에서 “형식적 의미에서 국가가 소 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원고 적격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주권자이자 참정권자로서 국민 개개인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가지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가능할 정도로 국가 모독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한 국가기관(국가정보원)에 대한 발언을 매개로 국가 전체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소송을 낸 것은 엄격히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단은 “보도 매체는 제쳐두고 취재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만으로도 이 사건의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며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 6월 <위클리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해 시민단체들의 사업이 무산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허위 사실을 밝혀, 국가정보원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한민국’을 원고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부는 소장에서 “국가정보원은 국가 안전보장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국가 중추기관으로, 허위 사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됨으로써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