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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기도는 군사정권보다 집요”

등록 2009-12-08 14:21수정 2009-12-08 14:26

사진 왼쪽부터 천정배 민주당 의원, 장세환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김승환 전북대 교수.
사진 왼쪽부터 천정배 민주당 의원, 장세환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김승환 전북대 교수.
국회 ‘언론법 농성장’ 좌담
언론관계법이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 속에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 통과된 지 7일로 138일째다. 헌법재판소가 언론법 처리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했으나,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아예 귀를 막고 있다. 언론법 사태 이후 의원직을 던진 천정배·장세환·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상황이 막막해지자 다시 국회 본회의장 앞 찬 바닥에 앉아 지난 1일부터 7일째 언론법 재논의를 촉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과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5일 국회 본관 앞 농성현장에서 김승환 전북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의 사회로 2시간 남짓 좌담회를 열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
언론법 대리투표 아닌 부정투표
재논의에 국회 존속 여부 걸려

장세환 민주당 의원
오죽하면 헌재에 판단 맡겼겠나
국회로 돌려보낸건 권력 눈치보기

■ 헌재 결정의 한계와 의미

김승환 교수(이하 김) 헌재는 언론법 사태와 관련해 신문법·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은 있었으나, 이들 법률의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것은 또 헌재가 이런 하자를 국회 스스로 치유하라는 결정이기도 했는데, 이번 결정의 의의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천정배 의원(이하 천) 먼저 당시 일어났던 대리투표란 표현은 잘못됐다. 야당 의원들 누구도 여당 의원들에게 대리권을 주지 않았기에 그것은 부정투표라고 하는 게 맞다. 헌재가 이른바 부정 대리투표, 일사부재의를 위반한 재투표가 있었다는 것,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의의가 있다. 솔직히 그간 한국 법조인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이 부분들을 인정해줄까 생각했는데, 당시 중계방송을 보다가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한 건 아쉽고 실망스럽다. 절차에 위법성이 심각하면 무효를 선언하는 게 헌재의 당연한 책무인데 권력 눈치를 봤는지, 불명확한 태도를 취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법원이나 헌재의 결정은 모름지기 판단 순간 법적 쟁점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판단 순간 많은 쟁점을 만든 점이 있다.

최문순 의원(이하 최문) 헌재 결정을 쉽게 해석하면 “국회 너희들 엉망이었으니, (위법 절차를) 고치라는 것”이다. 국회는 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장세환 의원(이하 장) 국회가 오죽하면 헌재에 판단을 맡겼겠는가. 판단을 유보하고 국회에 돌려보낸 것은 권력 눈치보기고 비겁한 것이다. 그러니 ‘부정시험을 치러 입학했으나 입학한 것은 유효’라는 패러디까지 나온 것 아닌가.

최상재 위원장(이하 최상) 국회가 공식적으로 언론법 절차의 하자를 치유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절차의 위법성을 결정한 헌재 판단으로 시민사회가 언론법 저지에 대한 법적인 정당성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이른바 보수신문인 ‘조·중·동’이 이번 결정을 사실상 언론법 유효라고 강조했고, 상당수 언론도 그 틀에 말려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점이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국민들은 헌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더라.

최문순 민주당 의원
특정신문에 방송 주는 특수목적법
정권 위한 언론 체제 만드려는 것

■ 국회의장·여당의 버티기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이번 언론법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피청구인은 김형오 국회의장이었다. 헌재는 위법의 하자를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에게 치유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는 국회의장이 중립 지위에서 법률 심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기도 하다. 입법권 수장이자 법률 심의·표결권을 최전선에서 방어해줘야 할 국회의장이 언론법 사태와 헌재 결정 이후 보인 모습은 어떠했다고 보는가?

국회의장은 언론악법 날치기 당일에도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는 세력이 있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는데 한나라당이 점거하고 날치기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국민의 의장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의장,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김형오 의장은 당시 악역을 맡기 싫어서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는 비겁함도 보여줬다.

최문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을 의장실에서 만나 면담을 했더니 언론법 재논의는 여야 원내대표끼리 합의해서 해결할 사안이니 합의해서 오면 이행하겠다고 하더라. 이 문제는 여야의 합의 사안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으니 국회의장이 이를 치유할 책임이 있으며, 따라서 국회의장 스스로 나서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언론법 처리 절차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데도 이것을 그대로 국회와 국회의장이 방치한다면 앞으로 국회는 열릴 필요도 없다. 언론법 재논의는 국회가 정상적인 입법기관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지가 걸려 있는 문제다. 우선 국회의장은 부정투표, 일사부재의 위반 등이 있는데도 가결 선포 했으니 이 행위는 잘못됐다며 다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신문·방송법 부결 선포를 해야 한다. 또 국회의장은 부결되어야 할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해 관보를 통해 공포가 됐으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 신문·방송법 이송한 것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부결된 법안이고 원천무효인 법안이니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언론법을 내든지, 정상적인 의사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의장은 실추된 국회의 권위와 무너진 삼권분립 체제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 국회의장은 언론법 사태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지금이라도 의장직은 물론이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오명을 뒤집어쓴 김형오 의장의 유일한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오만한 여당도 문제가 아주 많다. 과거 국회에서도 언론악법 날치기 같은 상황이 많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그랬고, 한나라당 집권 때도 민주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렇게 국회가 파행되고 정국이 경색되면 국회를 정상화하는 협상 과정이 있었다. 냉각기 다음에는 다수파인 여당이 나서서 야당의 요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실제 처리된 법의 하자를 치유해 야당에 명분도 주는 등의 정치적 타결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꼼짝도 안 한다. 민주정치의 기본이라는 소수 야당에 대한 존중, 법을 준수하려는 법치적 태도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 이번 언론법 사태의 중요한 특징이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언론법 시행되면 되돌릴수 없어
폐지 구호가 아닌 실천이 필요

■ 언론공공성 위기 심각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방송>(KBS) 정연주 사장 해임, <와이티엔>(YTN) 사태 등 언론과 관련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최상 무엇보다 문제는 언론장악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는 게 심각하다.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 해임도 검찰·국세청·감사원·경찰 등이 모두 동원되었고, 와이티엔 사례도 와이티엔 대주주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등 권력의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언론장악을 하려는 것은 군사정권 때보다 더 집요하다.

최근 법원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최소, 와이티엔 노동자 해고 무효 등의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이 정권은 정 사장이 입은 피해도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투로 얘기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갖고 보상하는 낮은 수준의 행태를 보이면서 언론장악에 대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외면하는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이 입은 피해를 우리나라 방송과 언론이 당한 피해가 아니라 불행하게도 개인의 피해로 보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로 이해하겠다.

천 언론악법은 정확히 말해 조중동과 재벌에게도 방송·보도 기능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유착을 달성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 바로 언론악법이며, 그러한 계획 속에 한국방송 장악이나 와이티엔 사태 등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장악을 통해 야당·민주정치세력과의 페어플레이를 봉쇄하고 자기들의 집권을 영구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킨다는 점에서 언론장악 기도 용납 못한다.

최문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얻어낸 언론자유에 대한 해체다. 87년 이후 우리는 한국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게 하고, <한겨레> 창간, <경향신문> 독립 등 신언론체제를 갖게 됐는데 지금 그런 언론자유를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니, 이 정권을 위한 언론 미래체제를 만들려는 것이 언론악법이다. 이 법은 특정신문에다 특정방송 주려는 특수목적 법이다.

무엇보다 비판적 언론이 이 정권에서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들에 정부 광고를 준 현황을 보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 조중동의 비율이 21.8%였으나, 이명박 정부 첫해 26.5%, 올해 7월 말 현재 30%로 늘어나고 있다. 또 ‘국경없는 기자회’가 각 나라의 언론자유 지수를 매기고 있는데, 2007년 39위에서 2008년 47위, 2009년 69위로 추락하고 있다. 이 정도로 언론자유가 열악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선거참모인 김인규씨가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돼 정치와 자본권력 독립을 강조했다.

최상 한국방송 자체 독립보다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자본의 독립을 얘기하는 것 같다. 또 권력독립이라는 것도 정권 핵심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작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임명의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영방송 수장에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 선거참모를 앉힌다는 것이다. 나는 이명박 정권이 악해지는 고리도 한국방송의 격랑 속에서 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환 전북대 교수
헌재의 위법 치유하라는 결정은
국회의장의 중립지위 위반 확인

■ 야당·시민단체의 향후 대응

헌재 결정 등에도 국회의장이나 여당이 법률안 처리의 하자를 치유하지 않을 때 야당과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상 우선 언론법을 저지하겠다고 했는데,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유감스럽다. 언론법 논란을 이렇게 1년 넘게 끌어왔으나 한나라당이 서슴없이 날치기하고 버티는 것은 야당이 끝까지 싸우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여러 현안과 정치일정을 고려하는 것도 같고, 정치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우는지 모르지만 구호로서 폐지가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 언론법은 굉장히 위험한 법이다. 한번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이 초래하기 때문이다. 소위 ‘마스크법’과 ‘국정원법’ 등은 시행되어도 정권이 바뀌면 되돌릴 수 있지만, 언론법은 수천억원의 자본이 들어가 방송사가 생기고, 신문·방송 통합이 이뤄지는데다, 이런 상황을 바꿀 경우 국가가 엄청난 배상을 해야 하는 등 혼란이 온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이 야당에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안처럼 열심히 싸웠지만 힘이 모자라서 그만할 사안이 아니다. 권한침해를 당한 당사자가 야당 의원들이다.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나서면 국민이 따라갈 것이다. 언론노조를 포함한 시민단체들도 4대강, 세종시, 노동법 등 흩어져 있는 사안들과 언론법을 하나의 의제로 모아내서 언론법 재논의를 위해 정치권에 힘을 보탤 것이다.

최문 시민사회에서 민주당에 제기하는 문제점에 공감한다. 국회의장 등이 헌재의 결정대로 하자를 치유하지 않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헌재에 ‘부작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소송 외에도 신문·방송법 정부 이송 철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 등 정치적 압박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천 국민들 입장에서도 언론법 처리의 위법한 행위에 제동을 걸었으면 한다. 언론악법의 불법적 통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언론계 등 시민들이 국민 입장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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