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명예훼손 소송’ 당한 박원순 재판 첫 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53)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국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심리에서 담당 재판부가 국가의 ‘당사자 적격’을 지적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임채웅)는 9일 열린 심리에서 “국가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국가의) 당사자 적격에 대해서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 적격이란 소송에서 원고 또는 피고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을 받을 자격을 말하는 것으로, ‘정당한 당사자’라는 뜻이다. 통상 소송에서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재판부는 소를 각하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국가) 쪽 변호인이 정부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 두 개의 판결을 찾아서 올리셨던데, 실무적으로 볼 때 대법원 판례도, 인용된 판결도, 확고하게 확립된 법리도 없다”며 “(원·피고 양쪽 모두에게) 말은 간단하지만 굉장히 큰 화두이고, 헌법 철학에 관련된 논점이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 등을 많이 연구하고 검토해봐 달라”고 주문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 6월 <위클리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해 시민단체들의 사업이 무산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정부는 9월14일 “허위 사실을 밝혀, 국가정보원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한민국’을 원고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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