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족노조” “밥그릇 지키기” 등 본질 흐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보수언론들은 ‘법과 원칙의 승리’(<조선일보> 4일 3면 ‘투쟁적 노동운동, 법과 원칙 앞에 더 이상 안 통했다’)라며 반겼다. 공공 연구소들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가 줄을 잇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단협 해지에 항의하며 노조가 파업 중인 노동연구원을 해체하라(<동아일보> 2일 사설 ‘노동연구원을 차라리 해체하라’)며 압박했다. 갈수록 조여드는 노동현실의 이면엔 보수언론이 만든 부정적 ‘프레이밍’(틀짓기)이 똬리를 틀고 있다.
민주노총·공공미디어연구소·언론개혁시민연대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그 이면과 언론의 작용’)를 열어 보수언론이 최근 철도노조 파업을 어떤 프레임 속에 가뒀는지를 분석·발표했다.
문일봉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노동 이슈에 접근하는 언론의 ‘촉수’는 사태 발생의 원인을 찾는 대신 사태가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집중 부각하며 노조를 ‘부도덕 집단’으로 이미지화했다. 조선은 11월28일 ‘철도노조 전면파업 법과 원칙 따라 대응하라’ 기사에서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한 ‘왕족노조’”라 묘사했고, <중앙일보>는 철도노조 파업을 독자들에게 ‘밥그릇 지키기 파업’(11월27일 ‘상반기만 5500억 적자…노조는 밥그릇 지키기 파업’)으로 각인시켰다. 표현 하나로 노조에 벗기 힘든 ‘언어의 굴레’를 씌운 셈이다.
‘파업이 파생시키는 혼란과 경제피해 부풀리기’도 보수언론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보도방식이다. 조선은 ‘화물열차 스톱’(11월28일), 중앙은 ‘화물운송 사실상 올스톱’(11월27일)이란 제목으로 ‘철도파업이 경제회복에 재 뿌린다’(중앙 11월30일 사설 ‘양대 노총, 경제회복에 재 뿌리기로 작정했나’)는 인식을 전파했다.
‘타협 없는 강경대응’을 주문하며 갈등을 더욱 조장하기도 했다. 동아는 11월26일 사설에 ‘노조와 부딪치더라도 잘못된 단체협약 고쳐야’란 제목을 달아 철도공사가 노조와 협상하지 말 것을 압박했고, <한국경제>도 같은 달 30일 사설(‘철도파업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을 통해 노조를 구석으로 몰았다.
문 연구원은 “노동조합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보수언론의 편향성은 노조 활동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순기능을 저해해 결국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