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성진·현경병 의원 조사일정 협의
곽영욱(69·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의 비자금 사용처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한명숙(65) 전 총리에게 11일에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쪽은 검찰이 피의 내용과 소환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반발하며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10일 검찰과 한 전 총리 쪽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지난 9일 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들에게 11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달라고 알렸다. 변호인들은 이에 ‘한 전 총리와 협의한 뒤 (출석이 가능한지)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재임 중이던 ‘2007년 초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한국남동발전 사장 선임과 관련한 청탁을 하며 5만달러를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을 확보하고,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총리 공관 출입기록을 건네받아 당일 곽 전 사장의 출입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쪽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반박자료를 내어 “검찰과 수구언론의 ‘합작 기획수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검찰이 변호인단과 협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11일 소환’이라는 내용을 흘리고, 총리 공관에서 돈을 건넸다는 허위사실도 특정 언론에 유포했다”며 “전직 대통령을 서거에까지 이르게 한 행위로 검찰 수뇌부가 물러났지만,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언론에 수사 내용을 흘린 불법행위자를 처벌하고 한 총리에 대한 의혹을 6하원칙에 따라 공개해야, 우리도 해명을 하든 조사를 받든 할 수 있다”며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출석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민주당에선 박상천·박주선·송영길·이종걸·조배숙·박은수 의원 등 율사 출신들이 변호인단에 합류해 법률적 대응에 나섰다. 또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와 윤기원 변호사 등도 합류했다.
한편,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공아무개(43·구속기소)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도 한나라당 현경병·공성진 의원 쪽과 소환조사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현 의원의 보좌관 김아무개씨한테서 “공씨에게 1억원 받아 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현 의원 쪽에는 11일 검찰청으로 나와달라고 통보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출석 요구 날짜와 같다.
후원업체 등에서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 공 의원의 소환조사는 이르면 다음주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은 공 의원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으나, 공 의원은 “나를 음해하려는 이가 근거 없는 내용의 투서를 만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석진환 이유주현 기자 soulfat@hani.co.kr
석진환 이유주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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