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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전직군인·만년단역, 빛나는 ‘맨땅헤딩’

등록 2009-12-16 19:08수정 2009-12-17 15:57

왼쪽부터 김규남(39), 이서(36)씨.
왼쪽부터 김규남(39), 이서(36)씨.
올해 화제의 독립영화 ‘사람을 찾습니다’ 감독 이서·배우 김규남씨




빚내고 전세금 빼 입봉

이서(36) 감독의 전직은 군인이었다. 낙하산 하나에 생명을 걸고 적진에 침투하는 특전사. 하사관으로 입대한 그는 장교 진급시험을 통과해 중위가 됐다.

별을 다는 게 꿈이었던 군인은 대위 진급을 앞두고 군대를 버렸다. 군대 안의 무사안일과 무책임, 후안무치가 꿈을 접게 했다. 건빵 하나 가지고도 싸우는 그곳에서, (소설가 김훈 식으로 말하면) 인간은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웠다. 책임져야 할 일이 있을 때 당당하게 옷 벗을 수 있게 준비하자는 심정으로 방송대(미디어영상학과)에 진학했고, 거기서 만난 영화에 뛰어들기로 했다. 촬영 현장에 무작정 찾아갔다. 독립영화 <빨간 피터의 고백>. 여건은 열악했고, 하나 둘 떠나갔다. 촬영이 끝나갈 때쯤 그는 조감독이 되어 있었다. 상업영화에 진출했다. <클래식> 연출부를 거쳐, <말아톤> 조감독을 지냈다. ‘입봉’ (감독 데뷔)제의가 들어왔다. 뻔한 코미디였다. 거절했다. 이런 영화 하려고 직업군인 때려치운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친한 선배가 300만원을 줬다. 촬영을 시작했다. 투자가 쉽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친형이 300만원을 줬다. 스태프들에게 밥을 먹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밥만 먹는다고 영화가 되는 건 아니었다. 엎으려 했지만, 300만원을 내어준 선배가 마음에 걸렸다. 스태프와 배우들도 용기를 줬다. 전세금 2000만원을 뺐다. 카드도 긁었다. 프로듀서도 100만원을 보탰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총 3500만원으로 만든 영화다. <똥파리>의 5분의 1밖에 안된다.

배우 이야기

노숙자? 김규남(39)을 처음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시커멓게 삭은 이빨, 비쩍 마른 몸, 퀭하니 초점 잃은 눈동자. 하지만 그는 연극배우다. 올해로 19년째 서울 대학로에 머물고 있다. 그의 배역은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포스터를 붙이며 극단 주변을 배회했다. 주연이 될 기회는 연극 <똥개회의>로부터 왔다. ‘지나가는 개’ 역할. 뜻밖에 객석 반응이 컸다. 마침 이서 감독이 연극을 봤다. <사람을 찾습니다> 주연을 찾던 차였다. 김규남은 깜짝 놀랐다. 연극에서도 주연을 해보지 못한 나를? 대학로에서는 다들 감독을 말렸다. 김규남은 절대 못한다, 체력도 약해서 포기할 거라고 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시나리오 속 ‘규남’은 이미 실제의 ‘규남’과 구분되지 않았다. 영화에서 또다른 주인공, 악덕 부동산업자 원영(최명수)은 규남을 개처럼 때리고 부린다. 규남은 원영을 주인으로 모신다. 그리고 폭력은 전이된다. 규남이 폭력의 주체가 된다. 김규남은 이 배역을 위해 노숙자들과 같이 먹고 잤다. 개 밥그릇에 담긴 사료를 개와 함께 먹는 장면을 소화하려고 한달 동안 개 사료를 먹었다.

절박한 영화

2009년은 독립영화의 해다. 그러나 독립영화는 여전히 배고프다. 한해 700편 이상 만들어지지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영화는 한두편에 불과하다. 대개의 독립영화가 그러하듯, <사람을 찾습니다>는 절박하다. 폭력의 전이라는 사회적 주제를 스릴러라는 상업 장르에 담은 실험성과 완성도를 평가받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인 제이제이스타상과 그리스 데살로니키국제영화제 예술공로상을 받았다. 17일 개봉.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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