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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조상 공경, 살아있을때 하세요”

등록 2009-12-18 18:42수정 2009-12-18 19:08

한의사 고은광순(55)씨
한의사 고은광순(55)씨
‘내 제사 안받기’ 운동나선 한의사 고은광순씨
“호주제는 없어졌는데, 왜 제사는 계속되는 거죠?”

호주제 폐지 운동을 펼쳐왔던 한의사 고은광순(55·사진)씨가 이번엔 ‘노 마이(No My) 제사’ 서명운동에 나섰다. 조상의 제사를 거부하는 것은 어려우니, 일단 내가 죽은 뒤 내 아이들이 나를 향해 지내는 제사부터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200여명의 여성이 그의 뜻에 공감해 서명을 했다. 앞으론 인터넷 다음 까페(cafe.daum.net/nomyjisa)에서도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종교도 없고 아들을 둘씩이나 둔 그가 자신의 제사를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제사는 아들을 통해 호주를 승계하고 가문의 대를 잇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호주제가 성차별의 ‘하드웨어’라면, 제사는 그것을 구성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성차별적 문화가 되레 가족화합 방해
“신분사회 잔재…즐거운 대안 찾아야”

제사 때는 무조건 아들 집이나 장남 집으로 모이고, 모인 뒤에는 여자들은 음식을 만들고, 남자들끼리만 제사를 지내는 관행이 바로 성차별이 낳은 관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남자만 씨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라며 “제사로 가족 관계는 파괴되고 즐겁지 않게 된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제사라는 절차가 없다면 가족들은 좀 더 행복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제사는 약 3300여년 전 중국에서 왕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양반이 아닌 평민과 상민이 제사를 지냈다간 곤장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사가 일반화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이라는 것이다. 고은광순씨는 제사에 대해 “신분제 사회를 혁파하지 못하고 양반 문화를 비굴하게 모방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제사를 지내는 의미가 조상에 대한 공경이고 가족간의 화합이라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그는 제안한다. 제삿날은 기억하면서 친인척의 생일도 연락처도 중요한 기념일도 모른 채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살아 있을 때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자신 역시 이 운동을 펼치면서 살아있는 친인척의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 기념일을 쭉 정리해봤다고 한다.

“중국에서 여자들의 발을 묶어 성장을 못하게 한 전족이라는 문화는 천 년동안이나 계속됐어요. 남자의 성적 쾌감을 위해서였죠. 깨어있지 않으면 전통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문화가 천 년동안 이어집니다. 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제사가 시작됐는지, 제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면, 자신의 제사를 거부하자는 의미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새해 만들어지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 모임인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여성모임’ 을 통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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