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48·컴퓨터공학부) 전북대 교수
이문근 교수 세번째 시집
컴퓨터 박사와 시인,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전북대 이문근(48·사진·컴퓨터공학부) 교수에게는 하나다.
그는 최근 시집 <봄이 오는 까닭>(시선사)을 최근 펴냈다. 2005년 <그리움>과 2006년 <장마>에 이은 세번째 작품이다.
그는 공학 전문가가 시와 같은 인문학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아마도 장구한 역사를 가진 서구의 응용학문을 짧은 시간에 따라 잡으려고 애써온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과 같은 현상인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엉뚱하고도 거창한 답을 했다. “그만큼 응용학문에서의 인문학적 토대가 질과 양적인 면에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올해 공식 등단한 그는 이번 시집에서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했다. 그가 그려내고 있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가 무심히 떨쳐버린 소외된 인간관계의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대표작 ‘봄이 오는 까닭’은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사랑의 실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이력은 조금 특별나다. 전주 출신으로 1980년 전주고를 졸업한 뒤, 이듬해인 81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떠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96년 고향과 사람이 그리워 다시 역이민을 왔다.
그의 시 ‘기다림’에서는 “중바위 남고산성 구름되고 싶어”, “완산칠봉 다가산 되고 싶어” 등 전주와 관련한 표현이 종종 나온다. 물질만능주의와 금권주의에 빠져 있는 응용학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고향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라고 시로 항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현실 참여도 하고 있다. 대안언론을 지향하는 전북지역 월간지 <열린전북>을 한때 맡아 운영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올 6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교수 시국선언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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