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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신·5공때 ‘문제판결’ 50쪽뿐…“풀·가위로 쓴 역사”

등록 2010-01-14 14:15

10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거사위·진실위·재심 내용 단순정리에 그쳐
정권 압력 강조 ‘면피’…‘사법살인’ 고백 없어
“풀과 가위로 쓴 역사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국사학)가 13일 대법원이 펴낸 <역사 속의 사법부>(이하 <60년사>)를 살펴본 뒤 내놓은 평가다. 그는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내용 가운데 (법원에) 유리한 것만 따다 썼다. 밖에서 비판한 부분은 마지못해 집어넣은 수준”이라고 했다.

■ 어떤 내용 담겼나 <60년사>에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진행됐던 수십건의 주요 시국·공안사건의 판결 내용이 실렸다. 그동안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나 진실화해위에서 규명한 내용 등이 상당 부분 인용됐고, 재심 사건은 무죄 선고 내용도 포함됐다. 1988년에 있었던 제2차 사법파동이나, 1993년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이 발표한 ‘사법부 개혁에 관한 우리의 의견’ 등 자성의 목소리도 성명서 등을 인용해 자세히 다뤘다. 1976년 긴급조치 사건 때 재판장 기피신청을 한 일이나 당시 재야인사들이 사법부 독립을 요구했던 ‘민주구국선언문’도 담았다.

하지만 <60년사>는 당시 사법부가 재판 때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정원) 등 공안기관의 압력을 받은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공안기관과 공모하거나 그들의 잘못을 묵인했던 ‘가해자’의 모습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피멍을 애써 모른 체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고백은 없었다.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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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보다 법적 안정성? 전체 700쪽인 <60년사> 가운데 군사독재 시절의 사법부를 다룬 부분은 130여쪽이다. 특히 ‘문제 판결’이 양산된 유신시대(1972~)와 제5공화국(~1987)을 다룬 부분은 50쪽에 불과하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1975), 아람회 사건(1980),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 등은 대법원이 진작에 추려낸 시국사건 판결문 224건에 포함됐지만 <60년사>에선 빠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심이 진행중이거나 예상되는 사건은 재심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법적 안정성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 “앞뒤 뒤바뀐 판단” 애초 <60년사>는 2008년 12월에 발간될 예정이었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한 판사는 “법원 내부에서 (내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985~86년에 있었던 사건의 경우엔 당시 배석판사로 재판에 참여했던 법관들이 현직에 일부 남아 있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병욱 교수는 “사법부가 큰 틀에서 과거의 판결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방향을 잡아줘야 수십년 전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비로소 재심 절차라도 밟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며 “진솔한 과거사 반성이 재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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