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수치 왜곡투성이”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의 통계 왜곡 사례

[세종시 수정안 후폭풍]
원안 목표인구 50만→17만 멋대로 줄여
전문가 “원안 민간투자 규모 23조원 임의로 생락도”

정부가 지난 11일 ‘세종시 발전방안’(수정안)을 발표한 뒤 충청권은 물론 전국에서 대국민 홍보에 나서는 등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홍보하는 수정안에는 왜곡된 수치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종시 백지화를 강행하기 위해 졸속으로 수정안을 만들면서 이런 통계 왜곡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바로 원안과 수정안의 도시 규모나 고용 효과에 관한 수치다. 정부는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세종시 목표인구를 ‘원안은 17만명, 수정안은 50만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의 목표인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행정도시건설청)에 나와 있는 대로 50만명이다. 개발계획에서 이를 고친 적이 없는데도 정부는 수정안에서 이를 임의로 33만명이나 줄여 발표했다. 이렇게 목표인구를 낮춰 잡음에 따라 고용인구도 원안은 8만4000여명으로 수정안의 고용인구 24만6000명의 3분의 1에 불과하게 됐다.

원안의 목표인구와 고용인구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정부가 원안에 포함된 자족기능의 인구·고용 유발 효과를 수정안보다 매우 낮게 잡거나 없는 것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수정안을 보면, 원안은 국제교류나 글로벌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수정안은 2만4800명의 고용 효과가 있었다. 또 첨단·녹색산업 고용 효과는 수정안은 4만9000명인데 원안은 1만명, 과학·연구 고용 효과도 수정안이 6100명인데 원안은 2300명으로 낮춰 잡았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양해각서를 체결한 고려대와 카이스트의 고용 효과도 수정안은 5000명, 원안은 3000명으로 달랐다. 이런 ‘수정안 늘려 잡기, 원안 줄여 잡기’는 다른 부문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행정학과)는 “애초에 행정도시를 계획할 때 목표인구를 100만~200만명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당시에는 세종시 규모가 아니라, 전국적 균형발전이 중요했기 때문에 오히려 인구를 50만명 정도로 낮춰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서울에 인구가 모여든 이유가 정부권력이 몰려 있었기 때문인데, 중앙부처를 옮기는 세종시 인구가 20년이 지나도록 17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은 한마디로 억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세종시에 대한 투자 규모 통계도 왜곡했다. 원안의 투자 규모는 정부가 8조50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4조원, 민간이 22조~23조원 등 모두 45조원이다. 그러나 이번 수정안에서 정부는 토지주택공사와 민간의 투자 규모를 모두 빼버리고 원안의 투자 규모가 정부의 8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정안은 정부 8조5000억원 외에 과학비즈니스벨트 3조5000억원, 민간 4조5000억원 등 16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지리학과)는 “원안에서는 13개 부·처·청과 산하기관 23개가 가므로 연관 산업이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효과를 전연 반영하지 않고 인구·고용 유발 효과가 작은 녹색·첨단 산업으로 세종시를 50만명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졸속으로 수정안을 만들다 보니 이런 통계 왜곡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원동 세종시 기획단장은 “자족용지 규모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원안의 인구가 17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민간의 투자는 계획이 아니라 확정된 것만 반영했기 때문에, 원안에는 없고 수정안에만 4조5000억원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김규원 김경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