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부 언론보도도 한계 넘어”
검찰이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무죄 판결에 반발하자,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사법권 독립 훼손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히는 등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검찰의 반발뿐 아니라 개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에 대한 일부 보수성향 언론의 ‘사상 검증식’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대법원은 15일 오후 오석준 공보관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비판적인 성명이나 언론 보도가, 그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재판도 비판의 대상이 됨은 당연하지만 재판에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상소 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며 “최근 하급심 재판에 대해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취지의 성명을 내거나 보도를 하고, 나아가 재판 내용과 무관한 재판장의 개인적인 성향을 공격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여론전을 펴는 듯한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이러한 일련의 성명이나 보도는 법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고 자칫 상소심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법원은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용산 사건 담당 재판부가 수사기록을 공개하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으니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신종대)도 같은 날 서울남부지법이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반박 자료를 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이것이 무죄면 무얼 처벌하란 말인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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