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모두 무죄”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보도와 관련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조능희 책임피디(앞줄 왼쪽)와 김보슬 피디(앞줄 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을 나서고 있다. 뒷줄 오른쪽부터 송일준 피디와 김은희 작가.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미 쇠고기 안전 의심할 합리적 근거있어”
중앙지법, 명예훼손·업무방해 인정안해
중앙지법, 명예훼손·업무방해 인정안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제작진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 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강조했지만, 검찰은 전례 없이 김준규 총장까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허위사실을 보도해 정운천(56)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피디수첩의 조능희(49) 책임프로듀서와 송일준(52)·이춘근(34)·김보슬(32) 피디, 김은희(38) 작가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디수첩이 주저앉은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 소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소가 주저앉는 이유가 수십 가지이고, 미국에서 1997년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영상 속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숨진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나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 특정위험물질 보유 30개월 미만 소의 수입 가능성에 관한 보도 내용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번역 자막 왜곡 의혹을 두고서도 “편집 과정에서 번역을 변경하거나 수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왜곡됐다는 주장을 한 번역가) 정아무개씨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디수첩 보도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관련된 정부 정책이라면 항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정책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은 언론 보도의 사명”이라고 언급했다.
판결선고 뒤 당시 ‘피디수첩’ 제작진과 이들의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국민의 건강과 언론의 자유를 지킨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부가 탈법·불법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언론장악이 무리한 것임을 사법부가 재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몹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나라를 뒤흔든 큰 사태의 계기가 된 중요사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항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조은석 대검 대변인이 전했다. 송경화 김남일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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