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이 ‘피디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한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이 탄 차에 달걀을 던지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보수단체의 과격한 행동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해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4명은 21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근처의 한 육교 위에서 이 대법원장이 타고 있던 출근 차량에 달걀 4개를 던졌다. 이 가운데 2개가 이 대법원장 관용차의 조수석 유리창과 지붕에 떨어졌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법원의 좌편향적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에서 계란을 던졌다”며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만 말할 게 아니라 편향적인 판사들을 다시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어버이연합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은 이날 아침 7시 대법원장 공관 근처인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이런 비이성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특정 판사에 대한 폭력 행사나 위협 등에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고,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신종대)도 관할 검찰청에 같은 지시를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계란을 던진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며 “필요하면 대법원장에 대한 경호 인력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미 김연기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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