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 이어 태광그룹 창업자 유골 훔쳤다 붙잡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부친 묘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조부모 묘를 도굴했던 이가 다시 대기업 창업자의 유골을 훔친 뒤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은 ㅌ그룹 창업자인 고 이아무개 전 회장의 묘를 몰래 파헤쳐 유골을 훔친 혐의(분묘발굴 유골영득 혐의 등)로 정아무개(4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6일 밤 9시 경북 포항시에 있는 이 전 회장의 묘에서 유골 일부를 훔친 뒤 ㅌ그룹 본사에 전화를 걸어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1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1999년 울산에서 롯데그룹 신 회장의 부친 묘를 도굴한 뒤 8억원을 요구했다가 붙잡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3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출소했다. 그는 이듬해인 2004년 충남 공주에서 다시 한화그룹 김 회장의 조부모 묘를 도굴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말 출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가 묘지를 파헤친 뒤 곧바로 전화를 걸어 현금을 요구했으며, 전화를 걸 때마다 자신의 용건만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도굴사건의 범행 수법이 1999년, 2004년 발생한 대기업 회장 관련 묘지 도굴사건과 유사해 당시 범인으로 검거됐던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의 묘지에서 70m 떨어진 방범용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서 정씨의 렌터카 등을 확인하고 추적해 28일 오후 2시께 대전에서 정씨를 붙잡았다.
장병관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정씨의 단독 범행으로 추정되지만 공범 여부와 유골의 소재 등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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