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이례적인 인사 해석 분분…‘검찰과 갈등 해소용’ 분석도
여당과 보수언론의 사법부 개혁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위직 법관 인사가 2일 단행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용산참사’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이광범(51·사법시험 23회)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기게 돼, 그 배경을 놓고 법원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검찰 수사기록 2160쪽의 열람·등사를 변호인에게 허용하기로 결정했고, 검찰은 이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이 부장판사의 결정은 강기갑 의원과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내린 무죄 판결과 함께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들이 사법부를 비난하는 주요 ‘표적’이 된 바 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인사 때 서울고법 민사14부에서 형사7부 재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통 한 재판부에서 2년 동안 재판장을 맡는 게 관례이고, 용산참사라는 중요 사건의 재판장임을 고려한다면 이번 인사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재판부 기피신청 등으로 촉발된 검찰과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면서 이 부장판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이 부장판사를 행정법원으로 발령해 공연한 의심을 사게 됐다”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그의 형인 이상훈(54·〃 19회) 인천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차장에 임명됐다. 여당이 추진중인 사법개혁 요구를 정면에서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이 차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고교 후배로, 2006년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 매각 의혹과 관련해 청구한 유회원 론스타 한국지사 대표의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무려 네 차례나 기각할 때 형사수석 부장판사로 있었다.
이처럼 불구속재판 원칙과 공판중심주의 등을 강조해온 그의 차장 임명은 동생의 인사와 맞물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판사는 “최근의 사태를 이 정도에서 수습하려는 대법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면서도 “이 대법원장의 ‘복심’이나 다름없는 이 차장의 임명은 ‘이용훈식’ 사법개혁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대법원장의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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