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되레 인지도 기여”…삭제요청자에 손배 판결
어린이가 가요를 따라부르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동영상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무단 삭제한 것은 제작자의 이용 권리를 무시한 행위여서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김종근)는 18일 우아무개(39)씨가 가수 손담비씨의 노래 ‘미쳤어’를 따라부른 딸의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포털업체에 요청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한 저작물을 널리 공유하게 하는 목적도 지녔다”며 “가족여행 중 촬영한 딸의 모습을 대중문화가 아이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비평을 담아 올린 동영상이 저작물의 상업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동영상은 우씨의 딸이 추는 춤과 표정 등이 기록된 독자적 저작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이유로 배상액을 20만원으로 제한했으며, 협회의 요청으로 동영상을 삭제한 인터넷 포털 네이버 쪽에는 “저작권자의 요구에 따를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우씨는 지난해 2월 5살 난 딸이 ‘미쳤어’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담은 53초 분량의 동영상을 “춤과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이를 보고 웃기도 했지만 걱정도 된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는데, 네이버 쪽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이를 삭제했다. 우씨는 “동영상을 복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네이버 쪽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오라’며 거절하자 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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