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공판에 증인 자격으로 나온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휴정되자 휠체어를 탄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명숙 재판 증인출석 진술
곽영욱(70·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 뒤 건넸다’고 진술한 5만달러를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앉았던 식탁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또 한 전 총리가 이를 보거나 챙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 번복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는 검찰 공소장의 내용과 거리가 있어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곽 전 사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오찬 뒤 각각 3만, 2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앉았다 일어선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재판장의 신문에 “(돈봉투를 놓는 장면을 자신의 뒤에 있던) 총리님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봤는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답했고, “봉투를 누가 가져갔는지 봤느냐”는 질문에도 “못 봤다”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은 다만,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먼저 나간 뒤 “죄송하다”며 돈봉투를 놓고 나왔기 때문에 자신의 뒤쪽에 있던 한 전 총리가 이를 챙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짧은 시간에 동시적”으로 자신과 걸어나와 문 앞에서 배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곽 전 사장의 법정 진술 내용은 우리도 조사과정에서 들어 알고 있다”며 “곽 전 사장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때 한 전 총리가 식탁 바로 옆 가까운 거리에서 웃었다는 진술이 있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이를 인지할 수 있는 정황에 대한 증언이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은 다른 대목에서도 공소장 내용과 거리가 있는 증언을 했다. 곽 전 사장은 “2004년 총선 때 (국회의원에 출마한) 한 전 총리에게 선거자금 1000만원을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심문에 “처음에 돈을 (건네려고) 들고 갔다가 주지 못했고, 이후에 줬는지, 내가 썼는지, 회사에 반납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골프채 선물 의혹을 제기하며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려고 애썼다. 곽 전 사장은 “2002년 8월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일 때 ‘장관직을 마친 뒤 배워보시라’며 골프용품 매장에 함께 가 장비 998만원어치를 사줬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들은 총리공관 오찬 당시 대화 내용이나 상황에 대해 곽 전 사장의 이날 증언과 검찰 조서기록이 다른 이유를 캐물었다. 이에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당시 몸이 아프고 몽롱한 상태였다.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거나, “검찰 진술이 맞다. 당시엔 그렇게 생각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은 밤 11시30분께 곽 전 사장의 건강을 고려해 중단됐으며, 12일 오전 10시 다시 열린다.
박현철 송경화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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