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오른쪽 둘째)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무죄 판결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마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맨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맨오른쪽부터 이해찬 전 총리, 한 전 총리,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박주선 민주당 의원.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피디수첩·정연주·미네르바 등 무리한 법적용 확인
“정권 요구 따라 선택적 기소…당연한 귀결” 지적
“정권 요구 따라 선택적 기소…당연한 귀결” 지적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판결은 잇따라 무죄가 선고된 주요 ‘하명 수사’의 결과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논란을 불러왔던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 주요 사건 피고인들은 1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을 언급했다.
■ 검찰 ‘표적 수사’ 줄줄이 무죄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보여준 특징적 행동의 하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칼을 대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피디수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의 최초 담당 부장검사가 “정책 비판 보도에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이견 끝에 사표까지 냈는데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당시 청와대는 “보도가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환영 논평까지 냈다. 그러나 결과는 무죄였다. 당시 재판부는 “다소 과장이 있었을지언정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이 한국방송이 관련된 세무 소송을 중단하고 법원 조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1800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배척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미네르바’ 사건,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 사건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수사가 이뤄지고, 결국 무죄 판결이 났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을 인정했다면, 이는 공소를 기각할 수도 있는 사유”라며 “최근 주요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권 남용 탓”이라고 말했다.
■ 무리한 ‘그림 그리기’의 귀결 이처럼 무죄 판결이 이어지는 까닭은, ‘표적 수사’의 근원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봐야 할 대상을 미리 찍어 놓고, 거기에 맞춰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반복되고 무죄가 속출한다는 진단이다.
한 검찰 간부는 “특별 수사는 팩트(사실) 하나하나를 찾아 퍼즐을 맞추듯 수사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상을 특정하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공판에서 증언한 것처럼 “돈을 건넨 전주고 출신 인사를 다 대라”는 식으로 수사 목적을 앞세워 진술을 강요하게 되면, 결국 한 전 총리 사건처럼 뇌물 액수가 3만달러, 5만달러, 10만달러로 춤을 춰 공소 유지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 검찰 간부는 “특별 수사는 팩트(사실) 하나하나를 찾아 퍼즐을 맞추듯 수사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상을 특정하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공판에서 증언한 것처럼 “돈을 건넨 전주고 출신 인사를 다 대라”는 식으로 수사 목적을 앞세워 진술을 강요하게 되면, 결국 한 전 총리 사건처럼 뇌물 액수가 3만달러, 5만달러, 10만달러로 춤을 춰 공소 유지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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