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서 내용이 ‘비용분담 기준 등은 조합정관에 따른다’고 돼 있어 비교적 구체성이 떨어져도 적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대구의 ㅍ재건축조합이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 7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조합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ㅍ조합은 지난 2005년 정비구역의 토지·건축물 소유자 249명 가운데 208명의 동의를 받아 조합을 설립했다. 도시정비법은 동의서에 비용분담, 소유권 귀속 등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ㅍ조합 동의서의 ‘비용분담’ 항목은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징수하고 조합 청산시 청산금을 최종 확정한다’는 식으로 작성됐다.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남아무개(64)씨 등 주민 7명은 “동의서의 비용분담 기준 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동의서 내용은 나중에 다시 합의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동의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조합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는데, 이 내용이 비용분담 기준이나 소유권 귀속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월 동의서의 항목을 아예 백지로 비워놓은 ‘묻지마 동의서’에 의한 조합설립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동근 대법원 공보관은 “그동안 동의서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무효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사례가 있었다”며 “두 판례로 동의서의 적법성에 관한 기준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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