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행사말라 회유도” 당국 “법집행 존중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6월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4대강 개발 반대’와 ‘친환경 무상급식’ 이슈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선관위와 경찰은 ‘현행법상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자의적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의 25개구 지역 선관위는 지역별로 진행 중인 친환경 무상급식 서명운동에 대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중랑구, 광진구에서는 서명 운동이 아예 취소됐다. 앞서 고양시 선관위도 무상급식 요구 서명운동을 벌여온 고양시민회 등 시민단체에, 서울시 선관위는 친환경 무상급식 캠페인에 참여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각각 선거법 위반이라며 금지 통보를 했다.
4대강 반대운동에 대한 선관위의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선관위는 수원 시내 3곳에서 열리는 환경운동가 지율스님의 ‘4대강 사진전’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단속에 나섰다. 또 지난달 28일 중앙선관위도 환경운동연합의 4대강 지킴이 회원 모집 라디오 광고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2010유권자희망연대 등 주요 유권자운동 단체들은 19일 오후 서울시 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의 조치는 선거 기간 동안 유권자들은 아예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들러리를 서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도 4대강 반대운동이나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 집회나 기자회견 등을 ‘불법시위’로 몰며 강제해산이나 연행 등의 강경대응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12일 ‘2010 유권자희망연대’ 소속 회원들이 ‘4대강 사업 반대,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투표 호소를 위해 서울 곳곳에서 벌인 1인시위를 경찰은 강제 해산하거나 통제했다. 경찰은 또 지난 5일 열린 친환경 무상급식연대 기자회견과 관련해 배옥병 상임운영위원장 등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은 불법이 아니지만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는 상황극은 불법”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등의 이름이 적힌 리본을 빼앗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옥병 운영위원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은 2000년 초부터 해왔는데, 이제와 선관위와 경찰이 ‘선거법’과 ‘집시법’을 내세워 모두 불법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4대강 찬성 홍보물과 광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으면서 반대만 제지하는 것은 누가봐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김대년 중앙선관위 공보담당관은 “특정단체의 특정 행사에 임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게 아니라 선거법에 따라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도 “경찰은 집시법 위반 사항만 지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최근 선관위가 참여연대와 학교급식네트워크 등을 찾아와 행사 취소 등을 회유·통보하고 있다”며 “실제 행사가 취소되는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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