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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리스트’ 폭로 정씨, 브로커 역할?

등록 2010-04-22 18:56

“검찰, 먼저 회식시켜달라 전화… 사건청탁 보통 다 들어줬다”

‘검사 향응 리스트’를 작성한 정아무개(51)씨는 한사코 “검찰에 향응을 제공하며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고 인지상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수사 무마 등 사건 청탁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스폰서를 자청한 적은 없다. 먼저 그쪽에서 ‘우리 부서 회식좀 시켜달라’는 식으로 전화를 해온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은 ‘스폰서’일 뿐 ‘브로커’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 주장대로라면 25년간 수십억원의 돈을 아무런 대가 없이 검사들에게 자선 사업하듯 써왔다는 것인데, 단순히 호의적 접대로 치부하기엔 액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정씨는 지난 20일 방영된 <문화방송> ‘피디(PD)수첩’에서 “(검사들이 사건 청탁을) 보통 다 들어준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다 이러면 진짜 100% 봐준다. 지금 생각해도 (청탁 내용이) 무리수였는데 그런 것들을 다 해줄 정도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최근에도 문제가 된 부산지검에서 단속 무마 청탁과 경찰 총경 승진 인사청탁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정씨는 인사청탁 혐의에 대해 “돈을 빌렸다”고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예전에 어청수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말해 이번에 돈을 빌린 경찰의 보직을 바꿔준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번에도 승진을 기대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적을 종합해 보면, 정씨는 단순한 스폰서라기보다는 ‘브로커’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정씨가 어 전 청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당시 얘기를 들어보니 어 전 청장은 정씨를 성가신 존재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조금 권력이 있는 사람이다 싶으면 잘 안다고 (부풀려서)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씨는 1980년대 아버지에게서 건설업체를 물려받았다. 경남 진주에서는 알아주는 갑부로 통했다. 정씨의 회사는 1993년에 부도가 났는데,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정씨가 일종의 ‘보험금’이라 생각하고 검사들을 관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씨와 검사들 사이에 직무 관련성 등 부적절한 관계가 새로 드러난다면,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는 그대로 수사를 위한 ‘조서’로 바뀔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 뇌물 공여로 추가 기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씨는 “대부분 검찰 쪽에서 먼저 향응 제공 요청이 들어와 술접대 등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스폰서로 활동한 사실을 알린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고백처럼 이번 일도 묻혀질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김남일 허재현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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