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명만 파면 취소…‘명예실추’ 군 주장 인정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군 명예 실추’ 등의 이유로 파면 등 징계를 받은 군법무관들이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종필)는 23일 지영준 전 법무관 등 전·현직 법무관 6명이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파면 등 징계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장기 군법무관인 지 전 법무관의 파면을 취소하고, 함께 파면 처분을 받은 박지웅 전 법무관 등 5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소원을 행사할 권리는 법률에 의해 보장되지만, 국가의 안전 보장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며 “군법무관을 비롯한 모든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으므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지휘체계에 훼손이 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 전 법무관에 대한 파면 징계처분이 확정되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너무 가혹한 결과가 되므로 징계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2008년 7월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한민국사> 등 시중 서점에서 유통되는 책 23권을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항목으로 나눠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뒤 군 영내 반입을 차단하고, 적발될 경우 기무부대에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지 전 법무관 등 7명은 이 조처가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국방부는 헌법소원을 낸 사람들 가운데 지·박 두 법무관을 “군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파면했고, 나머지 5명에게는 감봉이나 징계유예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 가운데 징계유예를 받은 1명을 제외한 6명이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판결에 대해 박 전 법무관은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판결 결과를 절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인 판단을 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낸 것이 군 명예 실추라고 보는 것은 사법부의 자기 부정”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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