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유창선(50)
촛불정국뒤 방송서 퇴출…BJ로 화려한 복귀
권력·자본 눈치 안보는 ‘쌍방향 미디어 실험’
권력·자본 눈치 안보는 ‘쌍방향 미디어 실험’
아프리카TV서 ‘1인 방송’하는 유창선 시사평론가 ‘누리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요즘 시사평론가 유창선(50·사진) 박사의 화두다. 공중파 방송 출연과 신문·잡지 기고로 바빴던 그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유창선의 시사난타’라는 방제(방의 제목)로 새로운 쌍방향 미디어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블로그, 트위터에 이어 1인 방송까지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방위 시사평론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개인방송을 시작한 지 석 달째. 매일 밤 11시면 어김없이 ‘보통 시민’들과 만나 시사현안을 놓고 씨름한다. 23일 밤에도 대화창에는 의견이 빼곡했고 전화통은 불이 났다. “검사가 떡값과 성 상납을 받았다는데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은 간첩사건으로 도배를 합니다. 기자들은 대체 뭐하는지….” 갑자기 전화가 왔다. “참여정부 때 검사와의 대화에서 기개가 하늘을 찌르시던 그분들은 대체 다 어디 간 겁니까?” 유 박사가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을 할 때 동시접속자는 500명 선, 녹방(녹화된 재방송)까지 포함하면 하루 시청자 5천명 선이다. 23일 현재 BJ(개인방송 진행자) 순위 당당 23위. 단숨에 인기가 수직상승한 비결은 뭘까.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나우콤의 담당자는 “트위터,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의 고정팬들이 많이 합류한데다, 방송을 하면서 대화하고 통화하는 쌍방향 소통이 먹힌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잘 나가던 그가 ‘1인 방송’으로 옮겨간 진짜 이유는 뭘까. 그는 “촛불정국 이후 <케이비에스(KBS)>를 비롯해 고정출연하던 방송에서 마이크를 빼앗겼지요”라고 운을 뗐다. 실제로 지난 6일 ‘KBS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는 “2008년 이병순 관제사장이 들어선 직후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등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이 줄줄이 잘려나가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되었다”고 밝혔다. 만약 이유가 이것뿐이었다면 정권의 ‘미운털 뽑아내기’의 희생자쯤으로 평가하고 끝낼 문제일 법한데, 정작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단다. 유 박사는 “미디어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지요. 이제 온·오프를 통합한 사회평론인 ‘소셜 미디어’에 힘을 쏟을 때”라며 “소셜 미디어는 개인이 권력이나 자본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적 상태에서 수용자와 직접 쌍방향 소통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간에 방송사나 신문을 끼지 않고, 정치적 이유로 쫓겨날 우려도 없는 그런 ‘사회적 매체’를 추구하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그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고 가을 학기부터는 성공회대 등 3~4곳에서 ‘소셜 미디어와 사회변화’를 강의할 예정이다. 자정이 가까워 오면 ‘유 박사, 오늘도 한 멘트 날리신다.’ “곧 밤 열두시니까, 출첵(출석체크)하시고, 별(시청자가 진행자에게 주는 아이템)을 쏴 주세요.”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사진 유창선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