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업자에게 “검사에게 청탁해 보겠다”
징역 2년 선고…진상조사단, 이틀째 검사 소환
징역 2년 선고…진상조사단, 이틀째 검사 소환
이른바 ‘검사 향응 접대 리스트’를 폭로한 전직 건설업자 정아무개(51)씨가 검찰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전인 지난해 3월 “차장검사에게 부탁해 압수당한 오락기 등을 찾아주겠다”며 오락실 업자 이아무개씨한테서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이씨는 경남 거제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로, 검찰의 한 간부는 “정씨가 말한 ‘차장검사’는 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이던 한승철 법무연수원 기획위원을 지칭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씨에게서 돈을 받은 뒤 실제로 한 검사를 부산으로 초청해 검사 2명과 함께 저녁 식사와 술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씨는 자신이 작성한 다이어리에 이 접대가 이뤄진 시점을 3월30일이라고 적었다.
검찰은 정씨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을 범죄 내용의 하나로 포함했다. 그러나 이 검찰 간부는 “정씨가 리스트를 폭로하기 전 검찰 조사에서는 ‘전화로든, 만나서든 이씨의 청탁을 한 차장에게 말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고, 그래서 이 부분에는 사기죄를 추가 적용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씨가 한 검사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씨 리스트의 진위 여부를 확인중인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위원장 성낙인) 소속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은 한 검사가 받은 접대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이날도 전날에 이어 의혹에 연루된 현직 평검사들을 불러 정씨한테서 술접대를 받았는지, 이 과정에서 사건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규명위의 하창우 대변인은 이날 “어제에 이어 서울고검과 부산고검에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정씨의 변호사법 등 위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부산지법 형사9단독 정다주 판사는 정씨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7400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정씨가 사건 무마 청탁 등에 필요하다며 받은 돈의 합계 금액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가) 청탁이나 알선을 통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금품을 받은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뇌물 등 또다른 범죄를 유발할 수 있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정씨는 받은 금품을 순전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피해자를 속였다”고 밝혔다.
김남일, 부산/신동명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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