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북 고창군 성내면의 농부 고갑석씨가 얼어죽어 태워버린 복분자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쌀값 폭락 충격의 당진 “쌀 내다팔 엄두 안나”
복분자 갈아엎은 고창 “올 수입 반의 반토막”
배꽃 얼어죽은 나주 “100년만의 재앙 왔다”
복분자 갈아엎은 고창 “올 수입 반의 반토막”
배꽃 얼어죽은 나주 “100년만의 재앙 왔다”
이상저온과 쌀값 폭락 그리고 구제역까지, 대형 3대 악재가 농촌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돌아본 충남 당진과 전북 고창, 전남 나주, 인천 강화에서는 배와 복분자, 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4면
6일 고창군 성내면에는 불에 타다 만 복분자 밭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얼어붙은 복분자 나무를 불에 태운 뒤 밭을 갈아엎은 농민들이 복분자 재배농가 340여곳의 30%에 이르렀다. 성내면 옥제리의 고갑석(44)씨는 얼어붙은 복분자 밭 2400평을 일찌감치 갈아엎었다. 나주시 봉황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죽석리의 정형기(54)씨는 7일 “살아남은 배꽃이 일부 열매를 맺더라도 우리 면의 가을 수확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일조량이 부족하고 4월 중순까지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농가가 돌아가면서 기후변화의 희생물이 됐다. 3월에는 경남북의 참외와 수박을 중심으로 전국 시설재배 면적 510㎢의 30% 가까운 140㎢가 수확 피해를 입었으며, 4월에는 전북의 복분자 재배면적 27.6㎢의 79.1%인 21.9㎢가 동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송인달 사무관은 “최근에는 나주와 상주의 배, 이천과 원주의 복숭아가 심각한 이상저온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쌀값 폭락은 쌀농사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진군 고대면 당진포리에서 2만평 농사를 짓는 강건구(70)씨는 “지난해 가을에 쌀 수확하고 지금까지 현금을 100만원도 못 만져봤다”며 “봄에 쌀을 팔아서 농사 빚을 갚아야 하는데, 쌀값이 너무 떨어져 내놓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쌀값은 2008년 이후 북한 쌀 지원이 중단되고 2년 연속 풍작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가을걷이 이후 지금까지 24%가량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강화 구제역 발생 뒤 전국의 축산농가는 소와 돼지의 거래 중단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4개 시·도의 매몰처분 대상 농가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겪고 있다. 8일 강화의 한 축산농민은 “강화의 축산농가들은 죄인처럼 한달째 칩거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끝나더라도 강화의 축산 기반을 되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화 고창 나주 당진/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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