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멀티미디어의 주소지로 등록됐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ㅅ빌딩에는 교재업체, 고시원 등이 영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ㅅ빌딩에 사무실을 차린 적이 없으며, 우편함만 남아 있다. 황춘화 기자
2억3천만원 지원받고 ‘흐지부지’…사무실도 없어
유명 대학의 교수와 한 벤처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구 활동에 서울시가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했으나,이 회사는 교수 개인 회사인데다 서울시의 연구비 지원이 끝나자마자 청산된 사실이 확인됐다. 편법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2005년 1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김아무개(51) 교수와 ‘㈜소프트멀티미디어’라는 벤처기업에 모두 2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한겨레>가 확인해 보니, 연구에 참여한 ㈜소프트멀티미디어는 연구비 지원 기간이 끝난 11월30일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2007년 12월2일 청산됐다. 이 회사는 김 교수의 아버지가 대표이사였고, 김 교수를 포함해 어머니, 누나가 이사로 등재됐고, 김 교수의 아내는 감사였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소지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ㅅ빌딩으로 돼 있다. 김 교수 소유의 건물인데, 여기엔 이 회사의 사무실이 들어선 적이 없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ㅈ유통업체, 교재업체, ㅎ고시원이 영업중이다. 다만 우편물 수령 때문인지, 건물 입구에는 ‘소프트멀티미디어’라는 이름의 우편함이 현재도 남아 있다. 김 교수가 연구비를 신청하면서 제시했던 ‘약선형 시스템 융합 이론…기계지능화 및 로봇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임시로 그 주소로 등록했던 것이며, 연구는 서울시립대 안의 창업보육센터 등 필요에 따라 몇 곳에서 진행됐다”며 “미국 현지와도 연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회사나 나의 연구가 새 아이디어를 고안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회사 운영에 소홀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며 “관리소홀 문제로 회사가 문을 닫았지만 사업은 계속 진행중이며, 연구비 지출과 관련해 준수사항을 모두 지켰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신기술 지원사업은 기업을 보고 연구비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해당 연구는 성실하게 진행됐지만 결과가 없는 ‘성실 실패’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 교수와 소프트멀티미디어는 2006년 중소기업청에서 1650만원을 지원받았고, 2002년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도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한겨레>의 문의에 “자료가 분실돼 당시 정확한 지원액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한 기업당 지원된 연구비는 평균 7000~8000만원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산학연 연구비 지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분야 교수들은 “편법으로 지원금을 받아 개인 연구비 등으로 쓰는 것도 문제지만, 지원 대상 선정 등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기계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공과대학 교수는 “과거엔 제자를 회사의 대표로 세우고, 50% 정도의 지분을 교수가 갖는 등 불법·탈법도 많았다”며 “산학연 지원 기준 등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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