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아시아 민중과 오월정신 나누는 인권운동가

등록 2010-05-27 18:57수정 2010-05-28 17:06

지난 17일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서 5월항쟁 30돌 기념행사로 마련한 ‘아시아 민주희생자 가족 연대회의’에서 통역활동을 한 김수아(오른쪽 둘째)씨가 초청방문한 아시아 여섯 나라 15명과 함께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지난 17일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서 5월항쟁 30돌 기념행사로 마련한 ‘아시아 민주희생자 가족 연대회의’에서 통역활동을 한 김수아(오른쪽 둘째)씨가 초청방문한 아시아 여섯 나라 15명과 함께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대학 졸업 뒤 단체서 활동 시작
‘광주의 경험’ 다른 나라에 귀감
“공유와 연대로 항쟁 계승할 터”




[5·18 30돌-5월을 지켜온 여성들]
(20) 김수아

김수아(35). 인권운동가인 그에게 ‘5월 광주’는 남다르다.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5·18 민중항쟁이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 “희망과 용기의 텍스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른바 민주화세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나 오빠 세대들이 민주화투쟁을 벌일 때 다른 나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이제 가난과 독재하에 있는 다른 아시아지역 사람들을 도울 만큼의 수준은 된다고 봐요. 5·18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 이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광주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그에게도 어렴풋하나마 5·18의 단상이 남아 있다. 금남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서 살던 5살 때 아버지의 친구를 집에 숨겨줬던 기억이다. 물론 그때 왜 그 친구분이 숨어 있어야 했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광주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한 뒤였다. 대학 시절 어느해 5월 한총련의 조선대 집회에 참가했을 때 ‘80년 5월’의 진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가 대학 졸업 뒤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99년 광주시민연대와 국제교류센터에서 간사로 일하기 시작한 뒤, 캄보디아에서 1년간 인턴활동을 하며 ‘광주와 아시아 교류’의 전도사 구실을 했다. 이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아시아인권위원회(AHRC)에서 긴급탄원프로그램(UAP) 담당자로 일했다.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인권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관련 정부에 항의서한을 작성하거나 아시아 지역의 인권단체와 유엔 인권위 등에 개입을 촉구하는 활동이었다. 그 매개는 ‘5·18’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와 연대였다.

“아시아 지역 다른 나라에서도 독재에 저항하는 민중항쟁이 있었죠. 하지만 광주와 비교할 수는 없어요.”

캄보디아에서는 폴 포트 정권을 거치면서 100만명이 학살당했고, 타이에서도 5월과 같은 시민항쟁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인들이 5·18을 주목하는 이유는 항쟁 이후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한국인들의 줄기찬 투쟁 의지와 그 성과에 있다. ‘5·18은 분명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커다란 분기점이 됐다. 한국인들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법처리했다. 물론 사면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의 한계를 확실하게 했으며 집권을 위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 대가를 치르게 한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미흡하나마 희생자들은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고, 명예회복도 일정 부분 이뤄졌다.’


그래서 당시의 한국과 정치상황이 비슷한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5·18은 함께 나누어야 할 ‘경험과 가치’인 셈이라는 그에게 5월 항쟁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 물었다. “공유와 연대가 중요합니다.”

해마다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기리고 있지만 광주만의 행사로 자꾸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그. 그가 구상하는 공유와 연대의 폭은 국내를 벗어나 아시아와 전세계로 향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턴활동 뒤 홍콩대 법대에서 인권법을 공부한 그는 지난 3월 귀국해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인권유린 실태를 파헤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법적 구제이기 때문에 법을 좀더 공부해보고 싶어서다. 이런 생각은 특히 아시아인권위원회 인권통신학교 책임자로서 네팔 지역을 담당했을 때 절실했다. “왕정이 폐지되고 민주공화국으로 탈바꿈한 네팔에서 경찰·검찰·사법부 개혁부터 소수민족 차별문제, 10년 내전 동안의 인권유린 사건, 과거청산 등 수많은 문제들을 접하다보니 관련법을 공부하며 전체 사회를 개혁해내는 ‘커다란 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영어가 유창한 그가 굳이 국내, 그것도 광주의 로스쿨에 진학한 이유는 다시 5·18 정신에 닿아 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정치적 개혁뿐만 아니라, 사법개혁 같은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이뤄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반대로 그간의 제 국제활동 경험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국제인권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5월 광주와 내 나라 한국’이 자랑스럽다는 그. 30돌을 맞은 5·18은 결코 잊혀가는 과거사가 아니라 국경과 세대를 넘어 세계민중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 <끝>

정리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