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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아기 떠나보낼땐 늘 허전…잘 크면 그게 보람”

등록 2010-05-28 20:20

 김계숙(61)씨
김계숙(61)씨
25년동안 입양전 아기 300명 돌본 김계숙씨
아이 좋아해 자원봉사…복지부 장관상 받아
장애아 보는 편견에 지하철서 눈물 흘리기도




지난 19일 찾아간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김계숙(61·사진)씨의 집에는 아이들 사진이 참 많았다. 거실과 방 벽, 그리고 옷장에까지, 돌바기 아이들 사진 수십장이 이름과 함께 붙어 있었다. 지난 25년 동안 김씨가 ‘위탁엄마’로서 돌봤던 300여명의 아이들의 얼굴이다. 김씨는 “사진을 볼 때마다 그 아이들을 다시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가 잠시 사진을 보며 한눈을 팔자 그의 품에 있던 다윤(19개월)이가 금새 보챘다. 다윤이를 돌보기 시작한 게 벌써 4개월째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면 다윤이를 입양할 부모가 정해지고, 그때가 되면 다윤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김씨의 품을 떠날 것이다.

김씨는 1985년부터 입양 전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모 자원봉사 일을 해왔다. 아이를 워낙 좋아했던 탓에 주변 지인이 대한사회복지회를 소개했다. 남편과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딸도 적극 찬성했다.

“첫 아이였던 은미가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침에 태어난 아이를 오후에 데리러 갔어요. 딸을 불러 손을 잡고 가는데 어찌나 긴장이 됐던지 벌벌 떨었다니까요.”

이후 독일로 입양을 간 은미가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세월 동안 김씨도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됐다. “정작 내 손자가 태어났을 때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아이를 못 봐준다고 선언했어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이 있었기 때문이죠.”

지난 25년 동안 김씨에겐 아이가 자는 틈을 타 시장을 보고,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 남편 역시 아이 기저귀를 가는 데는 ‘도사’가 됐다.

그를 거쳐간 아이들 중에는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흔히 ‘언청이’라 불렸던 구순구개열을 앓는 아이나, 한쪽 팔이 없는 아이 등 100여명 가까이 된다. “언청이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에 앉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접근을 안했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두 정거장 남기고 내려서 울었죠.” 당시 그 기억 때문에 김씨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학원을 다녀 운전면허증을 땄다.


하지만 정든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떠난 뒤 며칠은 너무 허전하죠. 하지만 아이를 맡을 때 그 아이의 사연을 묻지 않 듯이, 잘 키워서 보내고 부모 잘 만나 잘 자라면 그게 보람이죠. 잘 크면 그걸로 돼요.”

96년과 2007년 대한사회복지회의 주선으로 미국에 입양된 아이들을 만나봤던 그는 “애초 10년만 하고 그만하려고 했는데 아이들 잘 자란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제5회 입양의 날’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김씨는 “아이들 덕분에 상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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