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빚을 갚지 않은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명부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민사집행법 조항(제72조 4항)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위헌 의견이 과반이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재판관 6명)에 이르지는 못했다.
은행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채무자가 된 최아무개씨 등 3명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이름이 올랐다. 이 명부는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채무자의 주소지 행정관서에 비치돼 누구든지 열람·복사할 수 있다. 최씨 등은 “채권자와 관계없는 일반 국민 누구나 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생활 비밀보장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누구든지 명부를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불성실한 채무자로 하여금 명예나 신용 훼손 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빚을 충실히 갚도록 하는 간접강제 효과가 있어 입법 목적 및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했다. 반면, 이강국·김희옥·민형기·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열람·복사 신청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채무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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