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심 뒤집어
정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민간 토지를 수용했더라도 관련 사업이 폐지·변경돼 해당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땅을 되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항 쪽에서 항공기 안전을 위해 주변 임야를 사들인 뒤 이를 깎아내는 공사를 마쳤을 경우 해당 사업이 ‘폐지’된 것으로 보고 환매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제2단계 건설사업구역 안에 있는 김아무개(50)씨 등 2명이 소유한 영종도 오성산 임야 8만8360㎡를 22억6500여만원에 사들였다. 공사는 2006년 항공기 운항에 장애가 되는 해당 임야를 모두 깎아냈다. 그 사이 땅값은 3배 이상 올랐다. 2008년 김씨 등은 “사업이 종료됐기 때문에 해당 토지는 더 이상 공사 쪽에 필요하지 않다”며 2001년 받은 보상금 상당액을 공탁하고 환매권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언덕 제거 사업이 이미 종료돼 더 이상 땅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공항 쪽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공항은 항공기 안전을 위해 절토작업이 완료된 토지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해당 사업 목적에는 언덕 제거뿐만 아니라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며 “만약 환매 뒤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공항은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고 파기환송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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